배우 이시영은 토츠핑과 지비츠로 꾸민 젤리 슈즈를 착용했다(위). 핑크 새틴 드레스에 꽃장식이 더해진 젤리 슈즈를 매치한 걸그룹 IVE 멤버 레이(아래 왼쪽)와 메리제인 디자인에 젤리 소재를 접목한 ‘벨로우 메리제인 젤리 슈즈’.
젤리 슈즈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신발’이었다. 하지만 올여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패션 플랫폼과 SNS에서는 젤리 슈즈를 활용한 스타일링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고,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부터 SPA 브랜드까지 관련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촌스럽다는 평가를 받으며 자취를 감췄던 플라스틱 신발이 다시 패션 트렌드의 중심에 섰다.
배경에는 올해 패션계를 관통하는 ‘투명함의 미학’이 있다. 최근 런웨이와 스트리트 패션에서는 신발의 존재감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이 눈에 띈다. 발등이 비치는 메시 슈즈, 성긴 그물 형태의 피시넷 슈즈, 투명 스트랩 샌들 등이 대표적이다. 옷 역시 시스루와 레이스, 망사 소재가 강세를 보인다. 피부를 완전히 가리기보다 적당히 드러내는 방식이 세련됨의 기준이 되면서 젤리 슈즈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지금의 젤리 슈즈는 과거와는 결이 다르다.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제품들이 형광과 글리터, 캐릭터 장식 등 어린이용 감성을 강조했다면 최근 제품은 훨씬 정제된 모습이다. 블랙과 브라운, 버터 옐로, 그레이 등 차분한 색상을 입고 플랫슈즈 형태로 재탄생했다.
젤리 슈즈의 인기를 단순히 복고 열풍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패션업계에서는 “요즘 소비자들은 패션에서 재미를 찾고 있다”고 분석한다. 예전처럼 값비싼 명품 하나로 개성을 드러내기보다 작은 아이템을 활용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데 더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촌스럽다며 사라진 플라스틱 신발
정제된 플랫슈즈 형태로 재탄생
최근 ‘투명함의 미학’ 트렌드 맞춰
글로벌 브랜드 제품 출시 잇달아
신발 꾸미기 문화도 인기에 한몫
지미 추의 ‘더 젤리’는 반짝이는 글리터 소재와 큐빅 장식이 어우러져 여름 스타일에 포인트를 더한다. Jimmy Choo 제공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히 예쁜 제품보다 이야깃거리가 있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아이템에 반응한다”며 “젤리 슈즈는 추억과 트렌드, 실용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신꾸(신발 꾸미기)’ 문화도 인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젤리 슈즈는 소재 특성상 리본이나 참 장식, 비즈 등을 더하기 쉬워 개성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실제로 SNS에서는 레이스 양말과 매치하거나 리본 장식을 달아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출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용성 역시 젤리 슈즈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예년보다 길어진 장마와 잦은 국지성 호우로 여름철 신발 선택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아무리 디자인이 뛰어나더라도 비에 약한 신발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반면 PVC 소재로 만들어진 젤리 슈즈는 물에 젖어도 관리가 간편하고 오염에도 비교적 강하다. 비 오는 날에도 부담 없이 신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