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시위가 사흘째 지속되면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관리인으로 활동한 이들은 “부정선거가 일어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7일 입을 모았다.
■ 참관인·경찰 상시 통제…“부정선거 나올 수 없는 환경”
지방선거에서 부산 강서구에서 개표 사무원으로 일한 양동혁씨(25)는 “각 정당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현장 구조상 부정선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각 정당 참관인들이 21대 대선보다 훨씬 많았고 기계가 센 걸 사람이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꽤 길었다”며 “각 투표함의 관리 및 이송 역시 경찰 아래에서 철저히 통제됐다”고 했다.
경북 포항 북구에서 개함을 맡은 정재은씨(28) 역시 “참관인들이 사진을 촬영해 가고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수시로 이동하며 개표 상황을 점검한다”면서 “현장 구조를 직접 본다면 부정선거라는 의혹은 나오기 어렵다”고 전했다.
현장의 감시망도 예년보다 더욱 엄격해졌다는 게 참가자들의 설명이다. 서울 강북구 개표소에서 분류를 맡은 윤모씨(22)는 “이번이 개표사무원으로 일한 세 번째 선거인데 참관인과 선관위 직원들이 유독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빳빳한 벽돌 투표용지?’…기계 오작동 막기 위한 사전 작업
부정선거 의혹 중 이른바 ‘벽돌 투표용지’ 논란이 있다. 투표과정에서 접히고 구겨졌을 투표용지가 개표 과정에선 빳빳하게 수백장씩 펴진 상태로 묶여있는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윤씨는 “SNS에 올라오는 빳빳한 투표용지 묶음은 분류 과정에서 접힌 투표용지를 다시 펼쳐서 100매씩 묶어둔 것 중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또 “투표용지 분류 기계에 용지가 걸리는 오작동을 막아야 하다 보니 투입 전에 종이를 바르게 펼치는 작업에 신경을 썼다”며 “이 장면을 사진으로만 본 사람들은 오해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송파구 개표소에서 개표에 참여한 A씨(26) 역시 “펼쳐진 투표용지가 무더기로 들어온다거나 젖은 투표용지, 일련번호가 붙은 용지는 보지 못했다”며 “개표소 입구마다 경찰이 상주하는 것은 물론 모든 인원이 명찰을 상시 패용하도록 관리했다”고 말했다. 정씨도 “접힌 흔적이 없는 신권 뭉치나 일련번호가 붙은 더미 같은 건 전혀 없었다”며 “한 후보의 경우 최종 결과에서 표 차이가 6표밖에 나지 않아 후보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수차례 재확인하기도 했다”고 했다.
서울 중구 투표소에서 선거관리원으로 일한 김모씨(31)는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계속 넣다 보면 내부에서 쌓이기 때문에 중간에 누름개로 한 번씩 누르는데, 참관인들이 ‘그걸 왜 누르냐’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며 “선관위 측에서도 이를 의식하고 경찰 통제 아래서만 움직였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부실한 현장 투표 관리가 음모론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서 본투표부터 개표까지 참관인으로서 참여한 B씨(34)는 투표소 선거관리원들의 일처리가 체계적이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기표 후 투표지를 접지 않은 채 투표함에 넣으려는 유권자가 많았는데도 선거관리원들이 일일이 교정하지 않았다”며 “선관위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현장의 투표 관리까지 허술하다 보니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에게 의혹의 여지를 자꾸 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의도적인 ‘부정’과 관리 소홀이 부른 ‘부실’은 달라”
전문가들은 선관위의 행정 부실에 대한 합리적 비판과 근거 없는 음모론은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고 짚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직적 부정선거를 획책하려고 투표용지를 부족하게 만든다는 것은 지극히 증거도 없고 비합리적인 주장”이라며 “이번 사태는 의도적인 ‘부정’이 아니라 선관위의 관리 소홀이 부른 ‘부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일부 세력과는 명확히 선을 그어야 선관위에 문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주장이 정당한 공감대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구조적으로 볼 때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관위가 행정적 효율성과 비용 절감이라는 미시적 논리만 따지다가 의혹과 불신이라는 더 큰 사회적 갈등 비용을 발생시킨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선관위가 단순 선거행정직 공무원 마인드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최전선을 지키는 헌법기관으로서의 자긍심을 갖추도록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다만 이러한 제도 개혁이 힘을 받으려면 근거 없는 부정선거론에 갇히기보다 선관위의 행정 부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부터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