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세종시 한두리대교 인근에 펼쳐진 자갈밭 물가에 오리와 물떼새가 서 있다. 하류 쪽으로 세종보가 보인다. 오경민 기자
지난 6일 오전 세종시 한두리대교 인근에 펼쳐진 너른 자갈밭. 물가를 오가는 흰목물떼새와 흰뺨검둥오리가 보였다. 세종보가 가동되던 때에는 물이 차올라 모래톱과 자갈밭이 자취를 감췄던 곳이다. 둥지를 틀 모래톱이 사라지자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흰목물떼새는 2018년 세종보 수문이 개방된 이후 최근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날 자갈밭에서는 족제비 똥과 고라니 똥도 발견됐다.
수문 개방 이후 되살아난 금강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과 시민 30여명이 현장을 찾았다.
이날 세종보에서 상류 방향으로 9㎞가량 떨어진 합강습지에서는 꼬마물떼새가 모래톱에서 털을 고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꼬마물떼새가 만든 ‘가짜 둥지’도 모래톱 곳곳에서 발견됐다. 꼬마물떼새는 땅을 파 자갈과 비슷한 색의 알을 낳고, 곳곳에 가짜 둥지를 만들어 포식자를 속인다.
보 개방으로 물 흐름이 개선되고 자갈밭과 모래톱이 드러나자 새들이 돌아오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이 매년 겨울 실시하는 합강리 조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월 세종시와 부강면 경계 지역에서부터 대전~당진 간 고속도로 교각까지 12㎞ 구간에서 66종 3221개체의 조류가 발견됐다. 큰고니·큰기러기·흰꼬리수리·독수리·참매·새매·노랑부리저어새·흰목물떼새·흑두루미 등 법적 보호종도 총 12종이 확인됐다. 수문 개방 이후 조류 서식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지난 6일 세종시 합강습지 모래톱에 꼬마물떼새가 서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보 설치 후 국립환경과학원 어류 건강성 등급이 A~E등급 중 D등급(나쁨)까지 떨어졌던 세종보 인근 수생태계도 회복 중이다. 이날 합강습지에서는 모래무지, 피라미, 돌마자, 참마자, 누치 등이 확인됐다. 이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깨끗한 모래 여울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흰수마자와 천연기념물 미호종개도 꾸준히 발견된다. 대전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합강습지뿐 아니라 세종보 상류 200m 지점서도 지난해 1월 흰수마자가 최초로 발견됐다.
세종보 인근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과정에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4년 4월 윤석열 정부가 세종보를 재가동해 물을 가두려 했다.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보 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시민행동)은 보 재가동 중단과 철거를 요구하며 한두리대교 교각 인근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700일간 이어진 농성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속도감 있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약속한 지난 3월에야 끝났다.
기후부는 보 처리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실시한 뒤 올 연말까지 용역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의사 결정 절차와 방법을 제시할 방침이다. 또 내년부터 금강과 영산강 등 물 이용 여건이 양호한 곳들에서 우선적으로 처리 방안을 이행하기로 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수문이 닫히면 새들의 서식지가 물에 잠기고 물이 흐르지 않아 강바닥은 썩은 펄이 된다”며 “수문 개방 이후 물이 다시 흐르자 깔따구와 실지렁이 같은 4급수 지표생물은 사라지고 새와 물고기가 돌아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