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7일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출범 2년 차를 맞은 이재명 정부 2기의 성격을 실용주의 정부로 명확히 하고 ‘모두의 성장’에 대한 실현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K자형 성장의 양극화를 극복해 경제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 국정 기조를 강조한 인선이라는 것이다. ‘일 잘하면 쓴다’는 이 대통령의 인사 원칙을 다시 한번 보여준 인선으로도 평가된다.
이 대통령의 이번 총리 지명은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2006년 한명숙 총리 지명 이후 20년 만의 여성 총리 후보자 지명이라는 점, 수십년간 정치인·정통 관료·대학 교수 출신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총리직에 기업인 출신을 전격 기용했다는 점, 공직을 맡은 지 11개월에 불과한 인사에게 내각 통할 임무를 맡겼다는 점 등에서 의외의 인사라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성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한 지명자에 대해 “국민 일부가 아닌 대한민국 모두의 성장을 이끌 적임자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 지명자가 장관을 맡아 이끌어온 중기부가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지명자는 지난해 7월 장관 취임 이후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 전반의 변화를 시도해왔다. 대표적인 성과로 꼽히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는 역대 정부 부처 창업·아이디어 공모전 사상 최대 규모인 6만3000명이 지원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엑스에 한 지명자의 모두의 창업 관련 글을 공유하면서 “실질적 창업 중심 국가로 가는 길이 열리고 있다”며 “2차, 3차, N차도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국무위원은 “평소 국무회의 등에서 모두의 창업 등 K자형 성장 극복 방안에 대한 이 대통령의 관심이 지대했다”면서 “이번 총리 후보 인선을 통해 그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기업 네이버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한 지명자의 경력이 공직사회를 일하는 분위기로 이끌 수 있으리란 기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들의 정무적·행정적 관리 능력보다 관료 조직을 ‘일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는데 방점을 둔 인사라는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르는 정치적 후폭풍을 최소화하겠다는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치상 여당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선거 패배와 재보궐선거 주요 후보 낙선으로 정치적 책임론이 분출하는 상황에서 정치색이 옅은 한 지명자의 총리 발탁은 여야의 공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후임 총리로 거론되던 강 비서실장이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경우 총리 지명시 야당의 공세가 집중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강 실장의 경우 이 대통령 곁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명자가 국회 인준을 받는다면 2006년 발탁됐던 한명숙 전 총리 이후 20년 만의 여성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다만 강 실장은 이날 “우리 정부의 인사 기조는 철저히 능력과 실력 중심”이라며 “왜 여성이냐고 물어보신다면 2026년에 적합한 질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지명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돼야 총리에 취임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이미 한 차례 검증을 마친 인물인 만큼 청문 정국을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부 부처 장관 교체 등 개각은 총리의 장관 후보 제청 등을 고려하면 다음달쯤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