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제공
중동전쟁이 7일로 100일째를 맞으면서 한국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유례없는 경상수지 흑자에도 물가와 환율은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식료품·에너지 등 일시적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오름세여서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가 나온다. 수입물가를 자극하는 원·달러 환율도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무색하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금리 인상까지 예고된 상황인 만큼 고환율·고물가·고금리가 경제와 가계의 심각한 고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일(현지시간) 공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6%로 0.1%포인트 낮추면서도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4%에서 2.5%로 높였다. 석유 최고가격제·유류세 인하 같은 정부의 극약처방으로 당장의 소비자물가 급등세는 완화됐지만, 외식비·학원비·개인서비스 요금 등 기저물가 상승 우려는 커진 것이다.
이미 근원물가 상승 압력은 커질 대로 커져 있다. 지난달 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가 전년 대비 2.5% 오르며 2024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근원물가는 유가·농산물 등과 달리 한번 오르면 쉽사리 내려가지 않는다. 그런 만큼 정부는 근원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요국에서 저렴한 상품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른 ‘칩플레이션’(cheapflation) 현상이 나타나 특히 취약계층의 고통이 컸던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일 17년 만에 장중 1560원 선을 돌파할 정도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우려를 더한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인 상황에서 나타난 고환율인 데다 외환당국의 잇단 개입도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심각해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최근 원화 약세 흐름에 편승한 투기적 수요가 엿보인다며 시장 교란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외환당국이 고환율을 용인한다는 인식을 시장에 주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 동시에 환율 상승은 양극화 심화의 원인인 점을 깊이 새겨 고환율에 취약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취약계층 지원 대책도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