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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내장탕이 귀한 이유

입력 2026.06.07 19:56

수정 2026.06.0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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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간만에 닭내장탕을 먹으러 왔습니다. 그러고보니 프라이드 치킨, 삼계탕, 닭갈비 등 닭요리는 그 종류가 매우 많지만, 내장을 사용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듭니다. 내장은 쉽게 상해서 보관이 까다롭고 특유의 잡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닭은 다른 부위에 비해 내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공급량이 많지 않다는 뜻이죠. 이처럼 닭내장이 귀한 재료가 된 것은 조류의 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조류란 척추동물 중에서 하늘을 날 수 있는 것들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행 능력은 조류의 해부학적 특징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먼저 조류는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볍습니다. 이를 위해서 밀도가 높은 뼈의 비중을 체중 대비 4% 수준까지 낮췄습니다. 우리와 같은 포유류는 그 비중이 약 8%입니다. 또한 허파와 별도로 존재하는 공기 주머니인 기낭은 높은 고도에서도 효율적인 호흡이 가능하도록 해줍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특징은 떠오르게 하는 양력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력을 만드는 날개입니다. 그런데 조류의 날개는 에너지 소비가 매우 많은 기관입니다.

이처럼 고비용의 기관을 유지하려면 두 가지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섭취하는 총 에너지의 양을 늘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다른 개체들보다 먹이 활동을 더 많이 해야 하는 것은 생존 경쟁에서 매우 불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류는 두 번째 전략을 선택했는데, 그것은 바로 다른 고비용 기관의 크기를 줄이고 이를 통해 얻은 여분의 에너지를 날개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트레이드 오프(trade-off) 전략인 셈이죠.

날개 이외의 고비용 기관으로는 뇌, 심장, 간, 신장 그리고 소화관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크기를 대폭 줄일 만한 여유가 있는 것은 길게 이어져 있는 소화관입니다. 그래서 조류는 장의 길이를 짧게 하고, 대변과 소변의 배출 그리고 생식을 총배설강이라는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닭의 비행 능력이 퇴화하기는 했지만, 이러한 진화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한편 우리 인류의 진화도 이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다만 날개가 아니라 커다란 뇌를 갖기 위해 소화관을 줄이는 쪽으로 진화했죠. 이 과정에서 불을 사용한 요리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작은 소화관만으로도 충분한 영양을 흡수할 수 있게 되어 뇌가 더욱더 커진 것이죠.

이처럼 닭내장은 귀한 재료인 만큼 섬세한 손질이 필요합니다. 특히 잡내를 잘 제거해야 하는데,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이 소화과정에서 분해되고 남은 물질과 여러 미생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생선처럼 냄새 물질이 주로 염기성이라면 레몬즙과 같은 산성 물질로 중화시킬 수 있지만, 매우 다양한 냄새 물질이 있는 내장은 주로 흡착법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밀가루나 굵은 소금 등으로 내장을 문질러 잡내를 제거하는데, 밀가루 등의 입자 표면에 있는 작은 구멍들이 잡내의 원인 물질들을 빨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좀 비싸기는 하지만 우유에 담가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우유에 포함된 카세인 단백질 입자도 흡착을 잘하기 때문입니다.

얼큰한 국물과 쫄깃한 식감도 일품이지만, 이 닭내장탕 한 그릇에 담긴 과학의 맛 또한 아주 일품입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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