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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똥을 눈다

입력 2026.06.07 19:57

외할머니의 집에는 따로 욕실이 없이, 마당 뒤편에 작은 재래식 화장실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깊숙이 땅을 파내 만든 똥통 위에 쪼그려 앉아 아랫배에 힘을 주면 철썩 소리와 함께 똥 위에 똥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코를 막아도 지독한 똥 냄새를 끝내 막을 수 없었다.

물론 집에서는 수세식 변기를 사용했으니까 외할머니 댁에 가지 않는 한 똥 냄새를 맡을 이유는 없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는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할 일이 전혀 없었다. 똥을 누고 나면 변기 물을 내린 뒤 곧장 휴지로 엉덩이를 닦아내고 손을 씻는다. 그리고 한 번도 똥을 누지 않은 사람처럼 깨끗한 척 화장실을 나오면 그만이다.

며칠 전 동물병원에서 소독액을 구해와 턱을 다친 길고양이의 피부를 소독하려고 근처 공터에 나갔다가, 동네 주민에게 진탕 욕을 얻어먹었다. 고양이들이 길에 눈 똥이 문제였다. 고양이들이 눈 똥 때문에 파리가 꼬인다, 그래서 여름인데도 창문을 열 수 없다며 난리를 피웠다. 맞대응을 해봤자 동네만 시끄러워질 뿐이어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해야 했다. 욕을 먹는 통에 정작 상처는 소독도 해주지 못한 채 고양이와 헤어져야 했다.

고양이가 똥을 누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도 똥을 누는데, 고양이도 똥을 누지! 물론 사람이 똥을 누지 않더라도, 고양이는 똥을 눌 수 있고!

길고양이 똥에 분노하는 인간들

그는 자기가 똥을 눈다는 사실을 잊은 게 분명했다. 그럴 만했다. 변기를 사용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눈 똥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속옷을 끌어올리며 변기에서 일어서면 버튼은 이미 누른 뒤고 깔때기 모양으로 좁아지는 세라믹 벽 안쪽으로 우리가 눈 똥, 길고양이의 똥보다 스무 배나 더 크고 냄새는 삼십 배나 더 지독한 똥은 이미 물길에 휩쓸려 사라지고 난 뒤니까. 만약 똥 냄새가 신경을 거슬린다면 다시 버튼을 눌러 꽃향기로 똥 냄새를 덮어버리면 되고, 혹시나 똥 누는 소리가 거슬린다면 이번에는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버튼을 누르면 그만이니까.

인간은 생각한다. 인간이 이제 똥을 누지 않는다고. 똥을 누는 것은 더러운 동물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아니면 오직 인간만이 동물과 달리 깨끗한 똥을 눈다고 여기는지도 모른다. 자동으로 거품이 생성되는 핸드워시로 손을 씻고, 똥보다 더 크고 유독한 플라스틱 용기를 버리면서 말이다. 일회용 플라스틱이야말로 지구가 처리하지 못해 쩔쩔매는 진짜 똥 아닌가? 그러면서 자연으로 돌아가 순환하고 분해되는 고마운 똥에게 냄새나고 더럽다며 화를 내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사람들은 청결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물거나 일본 헌병들에게 구타와 모욕을 당해야 했다. 1922년에는 고작 집에 먼지가 앉았다는 이유로 조선인이 일본 순사에게 채찍을 맞고 군도로 다리를 찔리는 사건이 있었다. 1926년에는 위생행정을 빌미로 여성을 강제로 탈의하게 하고 겁탈을 시도했으며, 1935년에는 청결 잘못이라는 명목으로 노인을 발로 차고 여성의 뺨을 때려 고막이 터지는 일이 있었다.

단지 깨끗하지 못하다는 이유였다. 말도 안 되는 일 같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일은 이제 조선인이 아닌 동물들에게 자리를 바꾸어 반복되고 있다. 괴롭히고 때리는 대신, 쫓아내고 강제 이주시키거나 포획해 안락사하는 방법으로. 민원 전화 한 통이면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정도의 위생을 유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쫓아낼 수 있다. 죽일 수도 있다.

지난주에 지인을 만나러 간 낯선 동네에서 화장실을 찾지 못해 골목길을 빙빙 돌았다. 거리에는 새로 지은 고급 건축물이 즐비했는데 외부인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도록 비밀번호 장치로 죄다 문이 잠겨 있었다. 입주한 주민이 아니면 지나다닐 수 없도록 울타리를 쳐놓은 아파트 단지처럼, 동네 화장실에 단단한 성벽이 있었다.

나는 결국 카페에 들어가 음료값을 지불한 뒤에 이제까지 가본 곳들 중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화장실을 사용했다. 화장실 문은 자동으로 열리고 닫혔으며 손을 대자 자동으로 수돗물이 흘러나왔다. 손바닥을 뒤집으면 수도꼭지에서 바람이 나와 손에 묻은 물기를 말려주었고, 벽과 바닥은 드러누워도 좋을 만큼 깨끗했다.

일회용기 똥이 더 문제 아닌가

당신의 화장실이 궁금하다. 화장실이 몇개인지, 비데가 있는지, 환기는 잘되는지, 습도는 어떤가? 욕조의 재질은, 핸드워시의 향은 무언가? 내 화장실? 우리 집에는 화장실이 없다. 작년 겨울 구조한 병들고 나이 많은 길고양이 두 마리가 화장실에 살고 있어서, 지금 나는 요강을 쓴다. 평생 변기를 사용해본 일이 없었던 내 할머니처럼, 요강에 오줌을 누고 똥을 싼다. 매일 내가 눈 똥 냄새를 맡는다. 인간도 똥을 눈다.

최정화 소설가

최정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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