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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안토니 가우디만큼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건축가도 드물다.

이씨는 "읽고 나서야 가우디가 동시대 건축이 처한 상황과 그 해결책을 누구보다 깊이 고민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레우스 수기> 속 가우디는 도시의 가로등과 공공건축, 인구 구성, 대량생산과 산업디자인까지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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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치열하게 고민한 혁신가 가우디, ‘장식 예술가’로 보는 건 오해”

입력 2026.06.07 20:36

수정 2026.06.0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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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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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기 맞아 친필 노트 ‘레우스 수기’ 초역 이병기 건축가

가우디 연구자인 이병기 아키트윈스 대표가 지난 4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자신이 번역한 국내 초역본 <레우스 수기>(왼쪽)와 레우스박물관 소장 원본을 복제한 한정판 사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씨에 따르면 사본은 500부 한정 제작된 에디션 중 하나다. 정지윤 선임기자

가우디 연구자인 이병기 아키트윈스 대표가 지난 4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자신이 번역한 국내 초역본 <레우스 수기>(왼쪽)와 레우스박물관 소장 원본을 복제한 한정판 사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씨에 따르면 사본은 500부 한정 제작된 에디션 중 하나다. 정지윤 선임기자

책 속 가우디 ‘신의 건축가’ 등 수식어와 달리 도시·산업 천착한 청년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역동적 진화, AI 시대에도 유효한 건축철학”
레오 교황, 100주기 맞는 10일 대표작 성가정성당 ‘예수의 탑’ 축복

“가우디를 독특한 형상을 만든 장식 예술가로만 보는 건 큰 오해입니다. 당대의 조건 안에서 합리적이고, 역동적인 건축을 만들 수 있을지 실험한 건축가였습니다.”

안토니 가우디(1852~1926·아래 사진)만큼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건축가도 드물다. 그의 건축을 보기 위해 스페인 여행을 갈 정도로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건축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명성은 때로 가우디를 좁은 이미지 안에 가둔다. 제각기 다른 모양의 문과 창, 이리저리 기울어진 기둥, 화려한 색채와 기이한 장식은 그를 ‘대량 생산이라는 산업화의 괴물에 맞서 자신만의 세계를 밀어붙인 고집스러운 공예가’처럼 보이게도 했다.

오는 10일 가우디 100주기를 앞두고 국내 초역 출간된 <레우스 수기>(들녘)는 이러한 통념을 뒤집는다. 가우디가 바르셀로나에서 건축을 수학하던 1873년부터 졸업 이듬해인 1879년까지 기록한 노트의 내용을 묶은 것이다. 스페인 내전 중 가우디의 작업실이 방화로 파괴됐기에 현전하는 사실상 유일한 친필 노트다.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가우디 100주기인 오는 10일 교황 레오 14세가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축복한다. 로이터연합뉴스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가우디 100주기인 오는 10일 교황 레오 14세가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축복한다. 로이터연합뉴스

‘곡선의 마술사’ ‘신의 건축가’ 같은 세간의 수식어와 달리 책 속의 가우디는 도시와 산업생산, 구조와 시공의 문제를 고민하는 젊은 건축가의 모습에 가깝다. 책을 번역한 가우디 연구자 이병기 아키트윈스 대표(46)는 지난 4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가우디에게 붙는 ‘천재’라는 수식어를 늘 정정하고 싶었다”면서 “끊임없이 실험하며 발전하는 건축가였고, <레우스 수기>는 ‘근대 건축가’ 가우디의 입체적 면모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말했다.

가우디 모교인 바르셀로나 공과대학 출신인 이씨는 원래 근대건축을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가우디에 대해 묻는 사람이 많을 텐데, 정작 가우디를 잘 몰랐습니다. 구시대적이고 수공예적인 건축가로 막연히 보고 있었던 거죠.” 그가 지도교수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자 교수는 “나는 가우디를 근대 건축가로 본다”며 <레우스 수기>를 읽어보라고 권했다. 이씨는 “읽고 나서야 가우디가 동시대 건축이 처한 상황과 그 해결책을 누구보다 깊이 고민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레우스 수기> 속 가우디는 도시의 가로등과 공공건축, 인구 구성, 대량생산과 산업디자인까지 살핀다. 자연의 형태를 모방한 아르누보 건축가라기보다,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를 건축으로 풀어내려 치열하게 고민한 건축가였다. 하지만 가우디의 실제 건축물을 봐선 선뜻 납득되지 않는 얘기다.

이씨는 “가우디가 놓였던 시대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1880년대 유럽에선 강철, 전기 조명, 대량생산이 확산됐지만, 건축은 여전히 신고전주의 질서와 돌·벽돌의 구조 안에 있었다. 스페인에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처음 등장한 것도 가우디가 50대에 접어드는 1900년 무렵이었다. 그는 새로운 시대를 감지했지만, 그것을 구현할 재료와 생산체계는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과도기’에 끼어 있던 셈이다.

1878년 촬영된 안토니 가우디의 초상. 당시 가우디는 바르셀로나 건축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건축가로 막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1878년 촬영된 안토니 가우디의 초상. 당시 가우디는 바르셀로나 건축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건축가로 막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이씨는 “가우디의 혁신은 주어진 돌건축의 한계 안에서 최대치를 밀어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우디 건축의 장식적 요소들은 화려하고 기이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돌기둥과 벽의 무게감을 덜어 역동성과 가벼움을 구현하기 위한 장치였다. 후기로 갈수록 장식은 단순해지고 구조는 더 명쾌해졌다. 이씨는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라는 말도 맥락 없이 소비돼왔다”며 “성가정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천장처럼 곡선으로 보이는 형태도 실제로는 직선을 통해 곡면을 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가정성당은 그의 건축적 혁신이 집약된 작품이다. 가우디 100주기인 오는 10일, 레오 14세 교황은 높이 172.5m의 중앙탑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축복한다. 이 탑의 완성으로 성가정성당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 됐다. 다만 주 출입구가 될 ‘영광의 파사드’와 주변 공사가 남아 전체 완공은 이후로 미뤄진다.

이씨는 가우디의 시대가 오늘날과 닮았다고 봤다. 산업화와 새로운 기술이 밀려오던 19세기 말처럼, 지금도 인공지능 같은 기술이 삶의 감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역동과 변화를 아름답게 느끼기 때문에 가우디의 건축도 과거의 유산에 머물지 않고 현재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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