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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지난 5월30일 인천 한국지엠 부평공장 전시장에서 만난 강준영씨는 자신의 차 '레코드 로얄' 주변에서 쭈뼛쭈뼛하며 서 있었다.

빛바랜 신문 기사 속 젊은 강씨의 사진과 이날 만난 백발 성성한 노신사의 미소는 세월을 뛰어넘어 레코드 로얄이라는 차를 통해 똑같이 빛나고 있었다.

이 차는 강씨의 장인이 1978년 처음 출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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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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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이 된 주인과 함께…48년 만에 고향 찾은 ‘그 시절 최고급 세단’

입력 2026.06.07 20:38

수정 2026.06.0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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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시선 이끈 ‘레코드 로얄’

차주, 장인에게 물려받아 애지중지

“이 차는 내 분신, 끝까지 함께할 것”

강준영씨(왼쪽)가 지난달 30일 인천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레코드 로얄 차량 앞에 섰다. 강씨는 29년 전인 1997년 3월 같은 차로 경향신문과 인터뷰했다.  박홍두 기자·경향신문 자료사진

강준영씨(왼쪽)가 지난달 30일 인천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레코드 로얄 차량 앞에 섰다. 강씨는 29년 전인 1997년 3월 같은 차로 경향신문과 인터뷰했다. 박홍두 기자·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 5월30일 인천 한국지엠 부평공장 전시장에서 만난 강준영씨(80)는 자신의 차 ‘레코드 로얄’ 주변에서 쭈뼛쭈뼛하며 서 있었다. 차에 대해 묻자 그는 소년처럼 수줍게 웃었다. 단순히 오래된 자가용을 소개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흡사 공부 잘하고 의젓하게 커서 남부럽지 않게 성공한 손자를 주변에 소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자랑하고 싶은 것은 산더미 같지만 체통을 지키면서도 수줍게 조금씩 이야기를 꺼내는 노신사의 모습에서 차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묻어났다. 올해 80세가 된 강씨는 이날 공장에 진열된 올드카 차주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차주였다.

강씨와 그의 레코드 로얄은 29년 전 경향신문 기사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1997년 3월11일자 <달리면 풍경이 되는 올드카> 기사는 도심의 번잡한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레코드 로얄이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묘사했다. 당시에도 이미 출시된 지 19년이 지난 올드카였던 이 차는, 그로부터 다시 29년이라는 세월을 더 견뎌내고 마침내 48년 만에 고향인 부평공장으로 돌아왔다. 빛바랜 신문 기사 속 젊은 강씨의 사진과 이날 만난 백발 성성한 노신사의 미소는 세월을 뛰어넘어 레코드 로얄이라는 차를 통해 똑같이 빛나고 있었다.

이 차는 강씨의 장인이 1978년 처음 출고했다. 대우자동차 전신인 새한자동차가 생산한 레코드 로얄은 아무나 탈 수 없는 당대 최고급 세단이었다. 주로 장관 등 고위 관료들이 관용차로 이용했고, 전담 운전기사를 둘 정도로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강씨는 “장인과 함께 타면서 운전을 배웠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차를 물려받은 강씨는 1988년엔 대우자동차의 또 다른 명차인 슈퍼살롱을 사서 함께 운행했다. 슈퍼살롱도 현재 차고지에 보관 중이라고 했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차를 온전하게 유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품 조달이 불가능해져 차량 유지는 고단한 일이 됐다. 현재는 브레이크 계통 부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캐나다에서 부품을 공수하고 있다고 했다. 강씨는 수리가 완료되면 다시 도로를 달리면서 장인이 남겨준 유산을 지켜가겠다고 했다.

‘언제까지 이 차를 탈 것이냐’는 주변의 질문에 강씨는 항상 같은 대답을 한다고 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이 차와 함께하겠다는 다짐이다. 레코드 로얄은 이제 단순한 이동 수단이나 희소성 높은 골동품이 아니다. 장인과 함께했던 따뜻한 추억이자, 자신의 청춘과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분신이다. 48년 전 부평공장에서 태어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레코드 로얄은 노신사의 지극한 사랑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잘 고쳐서 다시 타야죠”라고 말하는 그의 입가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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