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서도 장중 1561.5원
정부 구두개입에도 ‘고공행진’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60원까지 넘어서는 등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강력한 매도세가 이어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정부는 7일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안정화를 위한 조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 5일 1539.1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으나 6일 오전 2시까지 이어진 야간거래에서 장중 1561.5원까지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최고점이었던 2009년 3월6일(장중 고가 1597원) 이후 17년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공항에서는 달러 현찰 구매 환율이 1600원을 넘어섰다. 이날 공항 영업점에서 하나은행 고시 환율은 1624원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5일 1500원을 넘어선 이후 14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웃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전쟁으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적 취약점이 노출되고 국내 증시가 빠르게 급등하면서 차익 실현에 나선 외국인의 강력한 매도세를 고환율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지난 5일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 밖 호조를 보이며 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것도 환율 상승을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날 주재한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과도한 환율 변동성과 한 방향으로의 쏠림 현상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역외 시장에서 이뤄지는 선물환(NDF) 파생상품 거래가 국내 외환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보고, 이들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분석 등에 착수한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잇단 구두개입을 비롯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더라도 대미 투자 등 대외 변수로 1500원 안팎의 고환율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 투자를 약정한 기업들이 최근 수출·수입이 크게 늘었다고 해서 원화로 환전해 국내로 자금을 가지고 들어올 유인이 없다”며 “중동전쟁이 종전되면 환율이 잠시 반락하는 흐름을 보이겠지만 대미 투자 등 중장기적으로 작용할 변동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한다 하더라도 환율의 방향성 자체를 하락 기조로 바꾸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며 “환율이 물가와 금리 상승, 실질임금 하락 등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는 구간에 진입한 만큼 환율 안정과 더불어 재정 정책 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