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사실들): 투표소 이어 개표소 밤샘집회
선(맥락들): ‘오락가락’ 발표에 투표용지 수요 예측 실패
면(관점들): 감시받지 않는 선관위, 이번엔 바꿀 수 있을까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비판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효진 기자
독자님, 안녕하세요. ‘팀 점선면’에 합류한 신주영 기자입니다. 반갑습니다!
지난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마무리됐습니다. 선거가 끝나면 각 정당은 결과를 분석하며 ‘오답노트’를 씁니다. 민심을 얻지 못한 이유를 돌아보고, 당 지도부가 사퇴하는 등 책임을 져요.
그런데 이번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도 혹독한 자기반성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부실한 선거 관리 때문인데요. 선관위는 늑장 대응 등으로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투표소에 이어 개표소까지 봉쇄하며 밤샘집회를 이어나갔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기존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선을 긋고 있는데요. 이들의 주장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재발방지를 위해 선관위는 어떻게 해야할지 등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점(사실들): 투표소 이어 개표소 밤샘집회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 지난 주말 내내 “재선거!” 구호가 울려퍼졌습니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시간이 연장된 잠실7동 제2투표소를 봉쇄한 시위대가 개표소인 이곳으로 이동해 규탄집회를 이어간 것입니다. 시위는 밤새 계속됐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핸드볼경기장 8개 출입구에 각각 모여 투표함 반출 여부를 확인했고, 시위대의 봉쇄에 가로막힌 선관위 관계자들이 내부에 일시 고립되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투표용지 부족 등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를 두고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태는 국민주권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행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잠실개표소 앞 시위를 ‘질서정연한 시민저항운동’이라고 표현하며 사실상 재선거를 요구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선거 요구에는 선을 긋는 한편,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오늘(8일) 제출하겠다고 밝혔어요.
선(맥락들): ‘오락가락’ 발표에 투표용지 수요 예측 실패
이번 시위의 직접적 계기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지만, 선관위의 대응이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선 선관위는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못했습니다. 선관위는 선거 당일(3일) 오후 9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서울 지역 총 14개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틀 뒤인 5일 말을 바꿉니다. 전국 50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다고요. 여기에 20대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 사태까지 소환되며 선관위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습니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왜 일어난 걸까요? 선관위 설명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최소 50% 인쇄’ 지침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됩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중앙선관위는 본투표 용지 인쇄 비율의 하한을 전체 유권자의 50%로 설정했다고 해요. 최근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아지면서, 본투표날은 투표용지가 많이 남아 투표용지 인쇄량을 줄였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입니다.
문제는 지역별 편차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번에도 송파구 전체로 보면 투표용지가 남은 반면, 송파구 내 일부 투표소에선 부족했습니다. 과거 사례 등을 참고해 본투표율이 높은 곳에선 투표용지를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상식이겠죠.
최소 50% 인쇄 관련 지침은 해당 선거구나 투표구별로 인쇄량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지역 선관위 등이 각 지역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충분히 대비할 수 있던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면(관점들): 감시받지 않는 선관위, 이번엔 바꿀 수 있을까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선관위의 부실 관리를 질타하고 재발방지를 주문하는 만큼 이번 사태를 선관위 개혁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그간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명목으로 성역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외부 감시가 아닌 자성에만 기대왔죠.
이번에도 노태악 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은 사태 수습 전에 동반사퇴했습니다. 문제해결을 해야 할 수뇌부가 무책임하게 사표부터 던졌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선관위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해, 이번 사태의 원인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해요.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여요. 민주당은 선관위 개혁 기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도 선거법 개정과 함께 중앙선관위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범국민선관위개혁기구’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무소속인 한동훈 의원은 중앙선관위에 대해 외부감사를 할 수 있도록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어요.
다만 선관위가 독립성을 보장받는 이유는 선거의 공정성 확립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향후 추진될 선관위 개혁 역시 이 같은 본래의 취지를 기억하고, 선관위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의 한국 선거는 1960년 3·15부정선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체육관 선거’ 등을 거쳐 어렵게 이룬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입니다. 선관위는 이번 참정권 침해 사태를 엄중히 인식하고, 잠실투표소 앞에 모인 시민들의 규탄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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