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미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북한 노동자 단체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보낸 연대사를 이적표현물로 판단해 삭제를 요구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조치는 위법하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권순형)는 민주노총이 방심위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지난 4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재판부는 민주노총이 2022년 8월 북한 노동당 외곽 노동자 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으로부터 받은 연대사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이적표현물 해당 여부는 일부 표현만 따로 떼어놓고 볼 것이 아니라 문맥을 고려해 전체 내용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뒤 이적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의 연대사 중 일부 표현이 과거 이적표현물로 판단된 글이나 북한의 대남혁명론 원전의 문구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게시물의 전체 취지와 맥락이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으로 공격적인 것에 이르지 않는 이상 이적표현물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민주노총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해당 연대사를 게시했다는 방심위 측 주장에 대해서도 “막연한 추측과 정황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민주노총은 2022년 8월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홈페이지에 조선직업총동맹이 보낸 연대사와 공동결의문을 게시했다. 국가정보원은 연대사에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미국과 보수 집권세력에 대한 투쟁’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며 같은 해 12월 방심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방심위는 2023년 2월 시정요구를 하지 않기로 의결했지만, 같은 해 9월 국정원이 재심의를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여 해당 게시물에 대한 삭제 요구를 의결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은 지난해 5월 “연대사에 다소 거친 표현이 포함돼 있으나 국가의 존립·안전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민주노총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