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기업, 운영난에 동물원 부산시로 넘겨
그 사이 동물들은 죽거나 치료 못 받아
긴 법정공방 끝에 부산시, 478억원에 매입
부산시 “영남권 거점동물원 만들겠다”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더파크 동물원의 코끼리 뭄미가 사육사가 주는 과일을 받아먹으려 다가오고 있다. 뭄미의 상아는 기형이다. 김준용 기자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더파크 동물원에 사는 아시아코끼리 ‘뭄미’의 상아는 기형이다. 곡선 모양인 다른 코끼리들의 상아와 달리 얼굴 안쪽으로 뒤틀어져 자란다. 뭄미가 아직 불편해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흘러 자칫 양쪽 상아가 부딪히면 통증이 클 수 있다고 8일 동물원은 설명했다.
치료법은 사실 간단하다. 뒤틀린 상아를 주기적으로 잘라주면 된다. 그러나 부산에는 상아를 잘라낼 기술자가 없다. 기술자는 제주도에서 초빙하면 되지만, 그럴 여력이 없다. 더파크는 오랜 시간 법정 공방을 이어온 데다 현재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곳은 지난 6년간 폐장된 상태였다.
더파크는 지역건설사인 삼정기업이 2014년 운영을 시작했으나 2020년 운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이후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삼정기업은 더파크 개장 당시 협약을 근거로 부산시에 동물원 매입을 요구했다. ‘운영사가 매각 의사를 보이면 부산시가 최대 500억 원으로 동물원을 매입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부산시는 시설 내 일부 부지에 개인 지분이 있다며 이를 거절했다.
1, 2심에서는 운영사가 패소했지만, 지난해 대법원이 일부 파기 환송하며 부산고등법원에서 조정이 진행됐다. 부산시는 2028년까지 약 478억원으로 동물원을 매입하기로 했다. 지난 4월 계약금을 지급했다.
부산 더파크 동물원의 히말라야곰이 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 김준용 기자
법정공방이 길어지면서 동물들은 고초를 겪었다. 지난해 공기 중 전파되는 우결핵이 돌아 긴팔원숭이와 망토원숭이 등 20마리가 죽었다.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사건 이후 시공사였던 삼정기업이 기업회생에 들어가며 부산시가 동물 사료를 긴급 지원하는 일도 있었다. 한때 직원 120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10여 명 남짓한 사육사들만 남아 동물을 돌본다. 지난 4월 기준 더파크에는 115종 동물 443마리가 살고 있다.
더파크를 영남권 거점동물원으로 만든다는 것이 부산시 계획이다. 거점동물원은 권역 내 동물원이나 수족관의 질병관리나 종보전 등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한다. 정부에서 운영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 충북 충주동물원과 광주 우치동물원이 거점동물원이다.
부산시는 더파크를 공립동물원으로 바꾸면서 ‘생명존중’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기존 5만8000㎡ 부지에 인근 시유지 7만5000㎡를 더해 약 13만㎡로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 능동동물원과 종 교류를 논의하고 있다. 종보전센터 건립 등도 함께 추진된다. 부산시는 용역을 통해 시 직영, 별도 법인 설립 등 운영 방법을 결정할 계획이다.
김낙희 부산시 동물원인수TF 팀장은 “과거엔 물리적 접촉이 학대의 기준이었는데, 요즘은 일상적 사육공간이 중요하다. 부지를 넓히는 만큼 뭄미의 방사장도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며 “공공이 운영하는 만큼 수익보다 동물 복지 향상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 도중 뭄미가 기자를 따라와 물을 뿌렸다. 뭄미는 올해 36살이지만, 어렸을 때 농구공을 던지는 곡예 훈련을 받던 습관이 남아있는 탓이라고 했다. 곡예훈련은 대표적인 동물 학대행위로 인식되지만, 과거에는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안동수 더파크 동물본부장은 “예산이 지원되고 전문가가 모이는 거점동물원이 되면 뭄미 기형 상아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늘 혼자였던 뭄미가 친구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때는 공 던지는 습관을 잊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