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바이킹 복장을 하고 월드컵 출전에 앞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노르웨이축구협회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하기 수백 년 전, 북유럽 바이킹들은 이미 대서양을 건너 북미 대륙에 발을 디뎠다. 학계에서는 바이킹들이 약 1000년 전 현재의 캐나다 뉴펀들랜드 지역에 도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노르웨이 축구대표팀이 바로 이 역사적 이야기를 자신들의 공식 월드컵 팀 사진에 담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공개된 노르웨이 대표팀의 단체 사진에는 선수들이 모두 바이킹 복장을 하고 등장한다. 피오르드를 배경으로 검과 방패를 든 선수들 뒤에는 바이킹의 상징인 롱십(Longship)이 자리하고 있다. 얼핏 보면 중세 북유럽 전사들의 원정대를 연상시키지만, 자세히 보면 이들은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노르웨이 축구대표팀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노르웨이축구협회(NFF)가 월드컵을 앞두고 기존 국가대표팀 단체 사진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기획했다. 단순한 선수 소개를 넘어 노르웨이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함께 보여주겠다는 의도였다.
협회는 약 6개월 전 세계적인 사진작가 데이비드 야로우에게 촬영을 제안했다. 야로우는 과거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디에고 마라도나의 상징적인 사진을 촬영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노르웨이 대표팀 공격수 엘링 홀란과 골프 선수 빅토르 호블란의 추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야로우는 제안을 받은 직후 선수들을 바이킹으로 표현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는 “바이킹들이 미국을 향해 항해를 떠나는 여정을 현대의 월드컵 원정과 연결하고 싶었다”며 “평범한 단체 사진 대신 역사적 서사를 담은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촬영은 오슬로 인근의 한 해변에서 진행됐다. 제작진은 실제 바이킹 시대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롱십을 배치했고, 배로 이어지는 목조 부두까지 새로 설치했다. 선수들은 단순한 의상 대신 실제 바이킹 복식에 가까운 장비를 착용했다.
촬영 당일 유일하게 빠진 선수는 주장 마르틴 외데고르였다. 그는 당시 아스널 소속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하고 있었다. 제작진은 그의 자리를 비워둔 채 단체 촬영을 진행했고, 며칠 뒤 별도로 촬영한 외데고르의 사진을 디지털 작업을 통해 최종 이미지에 합성했다.
노르웨이축구협회는 이번 사진이 단순히 바이킹 이미지를 소비하기 위한 작업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표팀이 강조하고자 한 것은 전사 이미지 자체보다 ‘함께 항해하는 공동체’라는 상징성이다. 리세 클라베네스 노르웨이축구협회장은 “대표팀은 노르웨이 전역에서 모인 선수들이 국가를 대표하는 조직”이라며 “이번 이미지는 하나의 팀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바이킹이라는 이야기는 어차피 우리를 따라다닐 상징이었다”며 “그 상징을 우리가 직접 해석하고 단결, 공동체 정신, 팀워크라는 가치로 채우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노르웨이 팬들은 최근 대표팀 경기에서 노를 젓는 동작을 단체로 연출하는 ‘바이킹 로우(Viking Row)’ 응원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팀 역시 이러한 문화적 상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으로 돌아온 노르웨이는 I조에서 프랑스, 세네갈, 이라크와 경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