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국빈 방문하는 8일 오전 북한 평양 시내에 북한과 중국 깃발이 걸려있다. 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북한을 국빈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 나선다. 2019년 6월 이후 약 7년 만의 방북이다. 시 주석이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북한을 택하자 그 배경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BBC는 이날 서방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이 우정보다 ‘레버리지(영향력) 확보’에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 밀착을 급속도로 강화해온 가운데 베이징이 평양에 대한 영향력을 재확인하려 한다는 것이다.
앙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 전문가는 BBC에 “중국은 모스크바와 평양 간의 관계가 급속도로 긴밀해지는 시기에 북한에 대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24년 러시아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우크라이나전에 병력을 파견해왔다. BBC 조사에 따르면 파견 병력 사망자는 약 2300명에 달한다. 북한은 석유와 원조를 대가로 러시아의 전쟁을 위한 탄약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북·러 밀착이 베이징을 조용히 긴장시킨 핵심 요인이라고 BBC는 전했다.
BBC에 따르면 북·러 밀착은 중국에겐 미국의 전략적 부담을 가중시켜 베이징에 간접적 이익이 되지만, 동시에 한·미·일 3각 군사협력 강화를 자극할 수 있다.
실용적 접근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중국의 대북 수출은 지난해 약 23억달러(약 3조2000억원)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베이징-평양 여객열차도 6년 만에 재개됐다. “서로 완전히 신뢰하지 않지만, 서로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대화를 유지시키는 동력”이라고 BBC는 전했다.
어떤 목적이건 중국이 북한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보인다. 윌리엄 양 국제위기그룹 동북아시아 선임연구원은 7일 CNBC에 “시 주석이 올해 첫 해외 방문지로 북한을 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베이징이 관계 복원에 부여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CNBC는 시 주석이 지난달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서 사실상 메시지 전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부문 대표는 CNBC에 “중국은 군사 협력으로 인한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을 상쇄하고자 한다”며 “중국은 자신들보다 평양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상적 방문이란 평가도 나온다. 시드니 세일러 CSIS 한국 담당 선임 자문위원은 5일 “시 주석은 거시적 차원에서 중·러·이란·북한(CRINK) 등 권위주의 그룹 내 주도적 역할을 과시하고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 쇠퇴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시 주석이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 확대를 시급하게 차단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끼는 건 아닐 수 있다. 김 위원장에게도 러시아와의 밀착이 곧 중국과의 관계 약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이번 회담을 통해 ‘핵보유국’임을 공식화하려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AP통신은 “김 위원장이 핵보유국으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아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려 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군비 감축 회담을 통해 핵 능력의 부분적 포기를 대가로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3일 북한은 핵물질 생산 신규 시설을 공개했고, 김 위원장은 “국가 핵무력을 질량적·지속적·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