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값이 리터당 2천원 선을 넘어선 4월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에 ‘인근최저가’ 표시가 붙어 있다. 한수빈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중동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전쟁 여파가 한국 경제에 가시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경기에 대한 판단도 ‘회복세’에서 ‘완만한 개선세’로 후퇴했다. 반도체가 호황을 보이고 소비도 개선되고 있지만, 중동전쟁 여파가 물가, 건설투자, 노동시장 등으로 파급되면서 KDI가 눈높이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KDI는 8일 ‘경제동향 6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반도체 호황을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세는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원유 공급 차질로 석유정제 생산과 석유제품 수출물량이 감소하는 등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이 일부 가시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KDI는 “경기 회복세를 보인다”며 “중동 전쟁 영향이 실물지표에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평가다. 한달 만에 경기에 대한 눈높이를 일부 낮춘 것이다.
KDI는 4월 전산업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 전월(3.7%)보단 증가폭이 크게 줄었지만 경기는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간다고 봤다. 그러나 KDI는 “중동 전쟁 부정적 영향이 석유정제(-20.5%) 등 원유 수급에 민감한 부문에서 일부 가시화되고 생산자물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동안 KDI는 설비투자의 리스크에 대해선 중동전쟁만 강조해왔지만, 이번엔 중동전쟁에 더해 시장금리 상승세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KDI는 “시장금리 상승세도 지속됨에 따라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을 중심으로 투자 여건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건설투자에 대해서도 “일부 건설자재의 가격이 급등했다”며 “건설비용의 가파른 상승세는 향후 건설투자의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의 눈높이도 낮췄다. KDI는 지난달엔 노동시장 개선세가 ‘지속된다’고 평가했지만 이달엔 ‘조정된다’고 분석했다. 4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7만4000명 늘어 전월(20만6000명)보다 크게 둔화됐다. KDI는 “고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운수 및 창고업(7만5000명 → 1만8000명) 등 일부 서비스업의 고용이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다만 KDI는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세는 유지되고 있다면서, 소비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소비 개선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