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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상자 속의 양>은 아이를 잃은 '오토네'와 '켄스케' 부부의 집에 드론 한 대가 날아들며 시작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부모를 착각하게 할 정도로 인간 같기를 바랐다"고 했다.

휴머노이드 카케루는 그 습성까지도 죽은 아이와 닮아 부모를 놀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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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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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들이 돌아왔다, 그런데 인간이 아니다···고레에다가 AI시대에 던지는 질문

입력 2026.06.08 15:21

수정 2026.06.0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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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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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신작 ‘상자 속의 양’

2년 전 죽은 아들과 똑같은 휴머노이드

200대 1 경쟁률 뚫은 신인 아역 배우

천진하면서도 서늘한 연기 돋보여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상상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상자 속의 양>의 휴머노이드 ‘카케루’(쿠와키 리무)는 2년 전 죽은 7살 켄스케의 사진과 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NEW 제공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상자 속의 양>의 휴머노이드 ‘카케루’(쿠와키 리무)는 2년 전 죽은 7살 켄스케의 사진과 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NEW 제공

아이는 2년 전에 죽었다. 일곱 살이었다.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64)의 신작 <상자 속의 양>은 아이를 잃은 ‘오토네’(아야세 하루카)와 ‘켄스케’(다이고) 부부의 집에 드론 한 대가 날아들며 시작한다. 드론이 배달한 것은 ‘휴머노이드 대여 서비스’ 홍보물이다. 죽은 사람의 사진·영상을 보내면 똑 닮은 휴머노이드를 만들어준단다. 켄스케는 “남의 불행을 이용하다니”라며 혀를 끌끌 차지만 오토네는 마음이 동한다. 고심 끝에 부부는 세상을 떠난 아들 ‘카케루’(쿠와키 리무)를 닮은 휴머노이드를 들이기로 한다.

그렇게 카케루가 왔다. 살아 돌아온 것처럼. “나 왔어, 엄마, 아빠.” 말소리도, 표정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감쪽같다. 엄마 오토네는 “잘 왔어, 카케루”라고 웃으며 대답하지만, 아빠 켄스케는 그만 고개를 돌려버린다. 이 동거는 셋을 어디로 데려갈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상자 속의 양>에서 죽은 아들과 똑 닮은 휴머노이드 카케루(쿠와키 리무)를 처음 맞이하는 켄스케(다이고)와 오토네(아야세 하루카). 켄스케의 표정에는 꺼림칙함이, 오토네의 얼굴에는 반가움이 드러나 있다. NEW 제공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상자 속의 양>에서 죽은 아들과 똑 닮은 휴머노이드 카케루(쿠와키 리무)를 처음 맞이하는 켄스케(다이고)와 오토네(아야세 하루카). 켄스케의 표정에는 꺼림칙함이, 오토네의 얼굴에는 반가움이 드러나 있다. NEW 제공

“누군가 그러더군요. 고레에다의 영화에는 죽은 사람의 시선과 아이의 시선이 반드시 나온다고요. <상자 속의 양>에서는 죽은 사람이 곧 아이입니다. 하나가 된 그 존재가 가족 안에 들어가 가족이 재생하는 이야기예요.” 한국을 찾은 고레에다 감독이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배급사 NEW 사무실에서 말했다.

2년 전쯤 ‘중국에서 생성형 AI(인공지능)로 죽은 사람(의 이미지)을 부활시키는 사업이 활발하다’는 기사를 본 것에서 영화가 시작됐다. 중국 상하이에서 관련 기업인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죽은 존재는 누구의 것일까. 본인 마음이 편해지자고 죽은 사람을 이용하는 게 괜찮나.’ 불편한 마음이 들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상자 속의 양> 홍보를 위해 지난 4~5일 한국을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미디어캐슬 제공

<상자 속의 양> 홍보를 위해 지난 4~5일 한국을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미디어캐슬 제공

“저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거든요. 눈앞에 계신다면 정말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고인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건)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자 속의 양> 속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언뜻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닮아 있다. 목 뒤에 전원 버튼이 있는 것, 지능 수준을 설정할 수 있는 것, 밥을 먹는 대신 충전용 의자에 앉아 기력을 보충하는 것, 물에 들어갈 수 없는 것 정도만 다르다. 고레에다 감독은 “부모를 착각하게 할 정도로 인간 같기를 바랐다”고 했다.

휴머노이드 카케루는 그 습성까지도 죽은 아이와 닮아 부모를 놀라게 한다. 지하철 노선도를 외우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고, 건축가 부부를 따라 집 짓기에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곤 한다. 카케루의 해맑은 모습과 미심쩍은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영화는 관객도 혼란스럽게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상자 속의 양>에서 ‘오토네’(아야세 하루카)가 ‘카케루’(쿠와키 리무)에게 생택쥐페리 <어린왕자>를 읽어주고 있다. 켄스케(다이고)는 그런 둘을 바라보고 있다. NEW 제공

고레에다 히로카즈 <상자 속의 양>에서 ‘오토네’(아야세 하루카)가 ‘카케루’(쿠와키 리무)에게 생택쥐페리 <어린왕자>를 읽어주고 있다. 켄스케(다이고)는 그런 둘을 바라보고 있다. NEW 제공

고레에다 감독은 “실제 아이를 키우면서도 ‘얘가 이런 것까지 벌써 느낀다고?’ 놀랄 때가 있지 않냐”며 “카케루의 심장을 덜컹이게 하는 질문이 기계라서 묻는 건지, 실제 카케루였더라도 비슷한 질문을 했을지 궁금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카케루 역에 선발된 신예 아역 배우 쿠와키 리무(10)는 천진하면서도 서늘한 얼굴로 ‘카케루에게 마음이라는 게 있을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영화는 인간과 너무 닮은 존재를 마주했을 때 사람들이 느낄 법한 꺼림칙함을 공들여 표현한다. 켄스케는 “저건 로봇청소기 같은 거야” 스스로 되뇌며 카케루에게 “아빠 말고 아저씨라고 부르라”고 말한다. 카케루를 온전히 받아들인 것 같던 오토네는 그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순간순간 섬뜩함을 느낀다. 고레에다 감독은 “오히려 굉장히 닮아 있기 때문에 사람과 조금이라도 다른 부분이 더 두드러질 거라 생각했다”며 “똑같은 존재가 눈앞에 있는데도, 오히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거라고 봤다”고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상자 속의 양> 한 장면. NEW 제공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상자 속의 양> 한 장면. NEW 제공

카케루를 닮은 카케루를 통해 부부는 용서하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을 비로소 직시한다. 카케루는 버려질 준비를 하듯, 떠도는 아이들을 만나 저만의 길을 준비한다. 인간사를 넘어 자연과 휴머노이드, 인간이 어우러지는 결말은 동화적인 데가 있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거장은 거장이다. 결말의 의도를 상상해보게 하는 영화다.

고레에다 감독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무언가를 보고 전혀 다른 걸 떠올릴 수 있는 ‘상상력’”이라며 “영화는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찍히지 않은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많이 상상하며 영화를 봐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10일 개봉. 127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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