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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허 당선인은 5명이 출마한 안동시 마선거구에서 36.86%를 득표하며 1위로 당선됐다.

창당 이후 녹색당 간판을 걸고 출마해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녹색당에 입당한 사례는 있었지만, 녹색당 소속으로 출마해 유권자 선택을 받은 건 이번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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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괜찮은데 당이 문제’ 이번엔 안 통했다···발로 뛴 8년, 안동서 녹색이 폈다

입력 2026.06.08 15:55

  • 김현수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허승규, 녹색당 창당 14년만 첫 기초의원 탄생

보수 텃밭 안동에서 1위로 시의원 당선

“안동에서 녹색정치 뿌리내려 변화 꿰할 것”

경북 안동시 정하동 한 아파트 앞 횡단보도에서 8일 허승규 안동시의원 당선인이 등교하는 초등학생과 나란히 걸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현수 기자

경북 안동시 정하동 한 아파트 앞 횡단보도에서 8일 허승규 안동시의원 당선인이 등교하는 초등학생과 나란히 걸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현수 기자

“머리털 나고 녹색당 처음 뽑았데이” “삼촌 파이팅!”

8일 오전 경북 안동시 정하동 한 아파트 입구에 녹색 점퍼를 입은 한 청년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바쁜 출근 시간대인데도 시민들은 멈춰서 그에게 말을 건넸다. “의원님, 아침마다 이런 거 안 해도 된다. 마 잘해 보이소.”

아이들은 그를 향해 “파이팅”을 외쳤다. 허승규 안동시의원 당선인(37)의 아침이다.

초등학교와 가까운 이 아파트 앞은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오는 학부모들로 분주했다. 자녀들을 등교시키던 강봉구씨(40)는 “동네 행사도 잘 다니고 어르신들도 잘 보살핀다”며 “녹색당은 잘 몰라도 허승규는 잘 안다”고 했다. 순계순씨(81)도 “오랫동안 지켜보니 잘하는 것 같다. 세 번이나 나왔으면 한 번은 시켜줘야 하지 않겠냐”고 웃었다.

허승규 안동시의원 당선인이 8일 오전 경북 안동시 정하면에서 출근길 차량 운전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김현수 기자

허승규 안동시의원 당선인이 8일 오전 경북 안동시 정하면에서 출근길 차량 운전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김현수 기자

녹색당 창당 14년 만에 첫 기초의원

녹색당이 풀뿌리 시민의 힘으로 기득권 정치를 바꾸겠다고 선언하며 등장한 것은 2012년이었다. 생활정치, 재생에너지 전환 등 녹색당이 일궈온 가치는 한국 사회의 주류 의제가 됐지만, 정작 선거판에서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허 당선인도 지난 8년간 “사람은 괜찮은데 당이 문제”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고,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장벽을 허물었다. 그것도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경북 안동에서다.

허 당선인은 5명이 출마한 안동시 마선거구(2인 선출)에서 36.86%를 득표하며 1위로 당선됐다. 창당 이후 녹색당 간판을 걸고 출마해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녹색당에 입당한 사례(김수민 전 구미시의원)는 있었지만, 녹색당 소속으로 출마해 유권자 선택을 받은 건 이번이 유일하다.

경북 안동시 정하동에서 8일 허승규 안동시의원 당선인이 카트를 끌고 가는 어르신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경북 안동시 정하동에서 8일 허승규 안동시의원 당선인이 카트를 끌고 가는 어르신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발로 뛴 8년···생활에서 길어 올린 공약

허 당선인은 안동 토박이다. 서울에서 대학(연세대)을 다니다 풀뿌리 운동에 눈을 떴고,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와 2018년부터 선거에 뛰어들었다. 두 번의 고배를 마셨고, 세 번 도전한 끝에 당선됐다.

당선 요인을 묻자 그는 버스 이야기부터 꺼냈다. “저는 18명의 시의원 중에 버스를 가장 잘 타는 사람”이라고 했다. 넓은 지역의 유권자를 더 자주 만나기 위해 운전을 시작한 지는 2년이 채 안 됐다.

버스 정류장에서 청소년, 어르신들과 자연스럽게 나눈 대화가 공약이 됐고, 표심이 됐다고 했다. 마을버스 확대, 폐교 활용, 청소년 통학 환경 개선 같은 생활밀착형 공약이 채워진 이유다.

지난해 3월 대형 산불도 변곡점이 됐다. 피해 주민들과 대책위·봉사활동·정책 제안을 함께하며 쌓은 신뢰가 예상치 못한 표심으로 돌아왔다. 보수 성향이 짙은 농촌지역인 남선·임하에서도 득표율 2위를 차지한 배경이다. 8년간 발품을 팔아 모은 유권자 전화번호만 3000여개다. 지역 유권자 1만여명의 3분의 1에 가까운 숫자다.

허승규 안동시의원 당선인이 8일 경북녹색당 당사에서 당선 축하 전화를 받고 있다. 김현수 기자.

허승규 안동시의원 당선인이 8일 경북녹색당 당사에서 당선 축하 전화를 받고 있다. 김현수 기자.

“대구·경북에 답 없다는 납작한 평가 말아달라”

이번 지방선거는 안동 정치 지형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안동시의회는 1995년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7명·국민의힘 7명·녹색당 1명·무소속 3명으로 구성되며 보수 정당이 과반을 잃었다. 안동시장 선거도 1599표 차 초접전이었다.

허 당선인은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만으로 대구·경북을 평가하는 시각에 쓴소리했다. 1당 독점 구조를 깨려면 기초의원부터 다양한 정치세력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래로부터 변화가 쌓여야 위로 이어진다. 대구·경북에 답이 없네, 이런 납작한 평가는 곤란하다”며 “10년, 20년 전과 비교해 분명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에서 녹색정치의 뿌리를 내리는 게 그의 목표다. 허 당선인은 “주민들과 함께 다양성이 살아 숨쉬는 안동을 만들겠다”며 “기후위기 시대, 안동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한국 녹색정치가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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