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5일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1박2일 일정으로 북한을 7년 만에 국빈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북·중 정상 만남은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9개월 만이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전통적 우의 관계를 넘어 전략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시 주석이 방북에 앞서 북한 매체 기고를 통해 북한 핵을 사실상 인정하고, 북한을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파트너로 규정한 것도 심상치 않다. 북·중관계 변화가 동북아 정세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시 주석은 이날 노동신문 1면에 실린 기고문에서 “(북·중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전략적 의사소통과 협조를 강화해야 한다”며 “세계의 다극화를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북·중관계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상황에 긴밀히 협력하고, 이 과정에서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 공동 행보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아베 신조 총리 시기의 일본을 글로벌 안보 파트너로 격상시킨 것을 연상케 하는 전략적 변화다.
시 주석이 “쌍방은 국가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수호하는 것을 견결히 지지해야 한다”고 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북한이 핵보유를 주권·안전의 문제라고 주장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 주석이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 핵을 용인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불퇴의 한계선’이라고 선언한 상황과 맞물려 중국의 대북정책 우선순위가 비핵화보다 안보 연대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 위치에 있던 중국이 입장을 바꾸게 되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미·중 전략 경쟁 상황에서 북·중 간 전략적 결속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중국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지지한다면 이재명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시도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문제는 현실과 이상 중 한쪽에 매몰되면 안 된다”고 했다. 북한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협상의 입구로 삼아 중장기적으로 축소, 폐기로 나아가야 한다는 3단계 비핵화 구상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에 열의를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페이스메이커’ 역할이 주어지기만을 기다려선 안 된다. 시 주석 방북 이후 북·중관계 변화에 면밀히 대응하는 한편 미국·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창발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