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의 알바니아 시민들이 지난 4일(현지시간) 수도 티라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알바니아에서 추진하는 리조트 개발에 반대하는 시위에 플라밍고 모형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남미 볼리비아에서는 병아리 분장을 하거나 병아리 인형을 든 시위대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병아리에 로드리고 파스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해 만든 우스꽝스러운 동영상들이 나돈다. 우파 성향의 파스는 20년간의 좌파 집권을 끝내고 지난해 11월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러나 농지개혁과 연료보조금 폐지 등 그의 강경 우파 정책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불만을 폭발시키고 말았다. 현 파스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이메 파스 전 대통령(1989~1993년 재임)은 재임 시절 당찬 이미지로 수탉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시위대는 그 아들인 현 대통령이 아버지보다 훨씬 못하다며 병아리라는 별명을 붙여놓고 조롱한다.
동유럽 알바니아에서는 플라밍고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알바니아 생태보호구역에 세우려는 초호화 리조트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시위다. 리조트가 들어설 곳은 알바니아의 유일한 섬인 사잔섬과 주변 해양 국립공원의 습지, 해안을 아우르고 있다. 플라밍고와 달마티안펠리컨 등 멸종위기 조류가 다수 서식하는 지역이다.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시민들은 서식지 파괴 위기에 놓인 분홍색 플라밍고 모형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에디 라마 총리가 리조트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시위는 정치 사안으로 증폭될 조짐이다. 시민들은 개발 과정에 특혜와 정경유착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근의 전 세계적인 시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그러다 보니 시위대가 자신들의 주장을 보다 잘 전달하기 위해 동원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온·오프라인 시위 현장을 수놓고 있다. 공교롭게도 조류들을 내세운 시위가 남미와 동유럽에서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볼리비아 파스 대통령은 중남미에 우파 정권을 세우려는 트럼프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고, 시위가 격화되자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정부 전복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알바니아 라마 총리는 트럼프 반대파들이 시위를 부추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무리한 내정 개입과 부당한 사익 추구가 초래한 반미 시위인 셈이다. 김준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