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독일 아우에바트슐레마 포스트플라츠 광장에 강경 우파 자유작센당 소속 슈테판 하르퉁 후보의 선거 포스터가 걸려 있다. Gettyimages/이매진스
독일 동부 지역의 시장 선거에서 나치 사상 옹호 성향의 정치인이 47% 득표율을 기록했다. 비록 낙선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사회를 지탱해 온 ‘반나치주의’ 금기에 균열이 포착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독일 동부 작센주 아우에바트슐레마에서 치러진 시장 결선투표에서 네오나치 성향으로 꼽히는 강경 우파 자유작센당 소속 슈테판 하르퉁 후보가 47%를 득표해 집권 기독민주연합 소속 마커스 호프만 후보(53%)에게 6%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전후 약 80년간 네오나치 성향 시장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던 독일에서 하르퉁 후보가 기록한 절반 가까운 득표율은 작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돌프 히틀러 시대를 기억하는 세대가 여전히 살아 있는 독일에서 극우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 더 이상 금기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르퉁 후보가 속한 군소 정당 자유작센당은 이민자 추방을 위한 작센주 분리독립을 주장해왔다. 독일 정보기관은 이 정당을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극단주의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하르퉁 후보는 자신이 네오나치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독일 최고 법원이 “국가사회주의(나치즘)와 본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판단한 국립민주당(NPD·현 하이마트) 소속 시의원으로 활동해왔다. NPD는 독일 대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조차 입당을 받지 않을 정도로 극단적 성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하르퉁 후보는 현재 하이마트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하르퉁 후보는 2013년 난민 수용시설 건립 반대 촛불 시위를 주도하며 지역 사회에서 처음 이름을 알렸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이민자 증가와 고령화, 노후 기반시설 문제 등을 집중 공략했다. 10년 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수십만명을 수용한 이후 커진 지역 사회의 불만을 파고들었다. 작센주 통계청에 따르면 이 지역의 이민자 비율은 20년 전 약 1%에서 최근 8.5%까지 증가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최근 독일 정치권에서 확산하는 AfD 지지세와도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전국 여론조사에서 28% 안팎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AfD는 오는 가을 선거에서 처음으로 주총리를 배출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fD의 약진이 하르퉁 후보의 극단적 성향을 상대적으로 희석했다고 분석했다. AfD가 주도한 반이민 담론이 주류 정당으로 확산하며 보편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 정치를 연구하는 정치학자 벤야민 회네는 “(이번 선거는) 1949년 독일 연방공화국 수립 이후 볼 수 없었던 역사적 단절”이라며 “나치즘에 대한 경계심이 일부 계층에서는 더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르퉁 후보의 부상은 AfD에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치러진 1차 투표에서 AfD 후보는 18.5%를 얻어 하르퉁 후보(29%)에 밀려났다. AfD는 결선에서도 하르퉁 후보를 공식 지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NYT는 AfD보다 더 극단적인 하르퉁 후보의 선전이 오히려 AfD를 상대적으로 온건한 선택지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회네는 “우익 포퓰리즘은 사람들이 반민주적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게 하는 일종의 관문과 같다”며 “그 문을 통과한 끝에는 우익 극단주의의 핵심 이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