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핵군축 체제 약화’ 보고서
중국, 1년 새 핵탄두 20기 증강
ICBM 발사대 수는 미·러 추월
북한도 60기 조립…전력 강화
“핵확산, 또 다른 핵 위험 불러”
스웨덴의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국가권력의 수단으로 핵무기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며 수십년에 걸친 핵 군축 노력이 역전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과 북한 등의 핵전력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SIPRI는 8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 SIPRI 연감’에서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인도·파키스탄·북한·이스라엘 등 9개 핵보유국 모두 2025년에 핵전력 현대화·증강을 지속했으며, 대부분이 신규 핵무장 또는 핵탑재 가능 무기체계를 실전 배치했다”고 밝혔다. SIPRI는 보관·배치 상태의 핵탄두인 ‘군사 비축분’과 아직 해체되지 않은 ‘퇴역 핵탄두’를 더해 핵탄두 총보유량 추정치를 공개해왔다.
이 분석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 세계 핵탄두 추정 보유량은 1만2187기다. 이 중 실전 사용 가능한 군사 비축분은 9745기이며, 즉각 발사 가능한 고도경계태세 탄두는 2100~2200기로 거의 전부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것이다.
9개국 중 가장 빠른 증강 속도를 보이는 국가는 중국이다. SIPRI는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지난해 600기에서 올해 620기로 늘었다고 추산했다. 또 중국이 북부 3개 사일로(지하 격납고)에 수백기의 미사일을 장전했으며, 2030년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수가 미국·러시아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ICBM 발사대 수에서 미·러를 이미 앞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도 핵전력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SIPRI는 북한이 지난해 50기에서 10기 증가한 약 60기의 핵탄두를 조립한 것으로 추정되며, 최소 90기를 추가로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2025년에도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20을 공개하는 등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새로운 미사일 체계를 선보였다.
핵군비통제 체제는 사실상 붕괴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 핵무기 감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뉴스타트)이 올해 2월 만료됐다. 5년마다 이행 사항을 점검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도 지난달 3회 연속 최종합의문서 채택에 실패하며 막을 내렸다.
SIPRI는 냉전 종식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퇴역 핵탄두 해체 속도가 신규 배치 속도를 앞서왔으나, 해체 속도가 느려지고 신규 배치가 가속화되면서 이 추세가 조만간 역전될 것으로 진단했다. 맷 코다 SIPRI 연구원은 “일부 핵보유국에서 권위주의 경향이 강해져 핵 위기 상황에 지도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받거나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더 가정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한스 크리스텐슨 SIPRI 선임연구원도 “국가들이 핵을 해법으로 삼으면서 새로운 위험을 만들고 군비경쟁 역학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했다.
카림 하가그 SIPRI 소장은 “핵보유국들이 군축 약속을 외면하고 핵무장을 과시하는 증거가 늘고 있다”며 “핵무기 관련 위험은 무기 기술의 발전, 핵군비통제 체제 붕괴,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 등 여러 요인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