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배상 때까지 러 자산 동결” ‘
현재 전선서 협상 개시’ 제안도
푸틴, 휴전 수용 가능성은 낮아
손 맞잡고 ‘화기애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부터)이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총리 관저에서 러시아에 제시할 종전 방안에 합의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영국·프랑스·독일 정상이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만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들은 전쟁을 끝낼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이루기 위한 5대 조건을 제시했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스타머 총리 관저에서 회동한 뒤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가 공개한 공동성명을 보면 이들은 종전 5대 조건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휴전 수용, 현재 ‘접촉선(contact line)’을 기준으로 한 협상 개시, 휴전 발효 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 보장과 다국적군 배치, 러시아의 전쟁 피해 배상,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관련 협상 사항에 대한 회원국 동의 필요 등이다.
접촉선은 양측 병력이 실제 맞닿아 있는 경계선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각각 통제하는 영역의 경계를 의미한다. 접촉선을 기준으로 협상한다는 것은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탈환을 협상의 전제로 삼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전에도 접촉선을 기준으로 협상하자고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전쟁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방식으로 종전하길 원한다”며 “가장 빠른 방법은 (전선을) 동결하고 외교적 틀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적으로 전선을 동결해 러시아의 실효 지배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되, 우크라이나는 법적 주권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충돌을 관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나토 등 서방 군대의 동진을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워온 만큼, 다국적군 배치나 나토 가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이번 조건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러시아는 미국이 중재한 종전협상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 전면 철수, 우크라이나의 나토 불가입 보장, 중립·비핵 국가 지위를 종전 조건으로 내걸었다.
유럽 3국의 공동성명은 서방의 제재로 동결된 러시아 자산은 “러시아가 침략전쟁을 멈추고 우크라이나에 피해를 배상할 때까지” 현 상태로 유지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번 공동성명은 유럽 3국이 주도해 러·우 전쟁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규 지원을 사실상 중단했고, 이란과의 전쟁으로 러·우 전쟁 협상 중재의 동력도 약화한 상태다. 대신 유럽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협상 중재를 강화하는 추세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5일 “유럽이 향후 평화협상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