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미와 ‘욕설 통화’ 뒤 중지
국내서 비난받자 다시 휴전 엎어
“군사 지원 제한 등 실질적 조치를”
땅에 박힌 이란 미사일 이스라엘인들이 8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예리코 인근에 박혀 있는 미사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외신들은 이 미사일을 전날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쏜 미사일들 중 하나로 추정했다.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한 만류에도 8일(현지시간) 이란 본토를 공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확전을 막고 이란과의 평화 협상을 다시 궤도에 올릴 수 있을지는 그가 네타냐후 총리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네타냐후 총리가 베이루트 남부 공격 명령을 내리자 전화를 걸어 “제정신이냐”며 욕설을 섞어 화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네타냐후가 레바논과 끊임없이 싸우는 사실에 좀 짜증이 났다”고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욕설 통화’ 이후 네타냐후 총리가 베이루트 공격 계획을 철회하자, 일각에서는 오는 10월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계속 추락하는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뜻을 거스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이스라엘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부패 혐의 등으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의 뒷배가 되어 주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7일 베이루트 공격을 재개한 데 이어 이란의 맞대응에 대한 재보복으로 8일 이란 본토까지 공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와의 조율 없는 공격이었다”고 불쾌감을 표하면서 이스라엘을 향해 “더 이상 보복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보란 듯이 무시한 것이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베이루트 공격을 철회한 후 야당과 연립정부 내 강경파들로부터 “이스라엘을 미국의 종속국으로 만들었다”고 거센 비난을 받은 것과 관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엑스에 “이제 우리의 친구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니요’라고 말할 때”라는 글을 올렸다.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자신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된 지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교전이 재개되면 트럼프 대통령도 결국 확전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계산했을 가능성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종전 협상을 결렬시키는 것을 막으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욕설’만 퍼부을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제한하는 등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퀸시연구소 설립자인 트리타 파르시는 알자지라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며 “미국이 수집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미사일방어망 제공 등을 제한하는 것”을 거론했다.
실제 1982년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를 폭격해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자,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은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폭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미·이스라엘의 관계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고가 실제 무기 지원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베긴 총리는 베이루트 폭격을 중단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욕설 통화’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 의도된 행동이란 분석도 나온다. 마이클 자브리피켓 전 카타르재단 뉴스룸 편집장은 알아라비야 방송에서 “이제까지 네타냐후 총리를 통제하는 데 성공한 미국 대통령은 아무도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를 통제할 수 없음을 이제서야 깨닫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