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질문 받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당은 그릇 돼야” 통합 강조
정청래의 강경 노선 겨냥한 듯
한성숙 새 국무총리 지명 두고
“일만 할 사람”…연쇄 개각 시사
김민석엔 “또 다른 역할 적정”
전대 출마 앞두고 힘 싣기 해석
이재명 대통령은 8일 6·3 지방선거 격전지 패배 원인에 대해 “골프와 선거는 고개 들면 진다”며 “국민은 역시 무서운 존재”라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8월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마를 시사한 김민석 국무총리를 두고는 “이제는 또 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정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6·3 지방선거 평가를 묻는 질문에 “이겼냐 졌냐는 판단 주체의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이길 것을 졌다거나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면 문제가 다르다.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와 경기 평택을·부산 북갑 등 격전지로 꼽혔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패배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선거 후) 한 2~3일은 저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결론은 나의 부족함”이라면서도 “국정 기조는 바뀔 게 없고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격전지 선거 패배 원인을 두고 “제사를 지내면 정말 온 마음을 다해야 하는데, ‘제사 끝나면 먹으면서 즐겁게 놀아볼까’라고 생각하면 되겠나”라며 “마음을 내려놓고 겸손한 자세로 죽을힘을 다하는 것과 딴마음 먹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그는 “옆에 있는 사람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1억개의 눈과 귀를 갖고 5000만개의 입으로 말하는 거대한 지성체들은 속일 수 없다. 다 보고 듣고 어느 순간 행동한다. 국민은 역시 무서운 존재”라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를 겨냥해서는 통합과 포용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은 창을 잘 찔러야 하지만 여당은 그릇이 돼야 한다”며 “우리하고 색깔이 다른 사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포용, 통합의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 안에 들어온 사람에게 ‘원래 우리 색깔은 이거야’ ‘너 언제든지 나가서 배신할 거지’라고 하며 모욕하면 되겠나”라며 “그럴 때마다 다 떨어져 나가고 소수만 남는다. 그건 강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는 김용남 경기 평택을 민주당 후보 사퇴론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정 대표를 겨냥한 발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새 국무총리로 지명한 데 대해선 “선택 과정에서 고민이 적지는 않았는데 결론은 일만 할 사람으로 정했다”며 “정치적 요소는 당이 잘 해결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적정한 시기에 적정한 규모의 개각이 있지 않을까 그런 정도 말씀을 드린다”며 연쇄 개각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사의를 표명한 김 총리를 두고는 “이제는 또 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정하다고 보여 역할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김 총리의 정말 뛰어난 리더십으로 내각은 잡음 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제가 제시하는 방향대로 치열하게 잘 달려왔다”고 칭찬했다. 8·17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를 시사한 김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 결과를 계기로 현 지도부의 한계를 우회적으로 지적하고 김 총리의 정치적 역할을 언급했다. 전당대회에서 김 총리가 당대표에 선출되면 이 대통령 친정체제는 강화될 수 있다. 반면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당·청관계 긴장감이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