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한 번에 버려지는 폐현수막 100여만t
선거 현수막이라도 수거·처리 대부분 지자체몫
기술발달로 폐현수막 재활용 방식도 다양해져
“현수막 사용 자체를 줄이는 방법도 고민해야”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 중랑물재생센터 내 폐현수막 전용 집하장에 버려진 현수막들이 쌓여 있다. 노도현 기자
서울 성동구 용답동 중랑물재생센터 내 폐현수막 전용 집하장에 지난 4일 폐현수막을 눌러 담은 대형 포대자루가 2.5t가량 쌓여 있었다. 이날 집하장에 쌓인 폐현수막은 ‘잔여세대 선착순 분양’ 등 기한을 다한 부동산 광고가 대부분이었다. 센터 관계자는 “선거가 끝나고 쓸모를 다한 현수막이 이곳에 모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 곳곳에 내걸렸던 후보자·정당 현수막은 선거가 끝나면 폐기물로 전락한다. 여전히 상당수는 소각처리되지만 폐현수막을 재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선관위가 교부한 현수막 표지(스티커)는 10만1813장이다. 이 기간에 전국에 10만장 넘는 후보자 현수막이 걸린 셈이다. 각 정당의 투표 독려 현수막 등까지 고려하면 폐현수막 규모는 더 늘어난다. 당선·낙선사례 현수막도 곧 쓰레기 신세가 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집계를 보면 2022년 지방선거 기간(5~7월) 전국에서 지자체가 수거한 폐현수막은 약 1557만4000t에 달했다. 재활용 비율은 24.8%에 그쳤다. 올해는 4년 전보다 더 많은 지역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진 만큼 폐현수막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선거 현수막은 정당이나 후보자 측이 선거일 후 지체 없이 철거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지자체가 수거한다. 정부는 후보자가 제거한 현수막도 지자체로 보내 재활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한꺼번에 쏟아지는 폐현수막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한 데다 재활용 업체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전국 최초로 폐현수막 전용 집하장을 마련했다. 자치구에서 수거한 폐현수막을 한데 모아 처리 비용을 낮추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21일 서울 동작구 장승배기역 일대에 선거 현수막이 걸려 있다. 문재원 기자
그동안 폐현수막은 주로 에코백·장바구니 또는 고형연료(SRF)로 재활용됐다. 점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은 농업·토목용 부직포 생산량도 점차 늘고 있다. 조명환 서울시 자원순환과 재활용기획팀장은 “올해 수거 물량의 절반은 부직포로, 절반은 전자제품 부품 등을 만드는 화학적 재활용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폐현수막 재활용률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024년 42.2%이던 서울시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지난해 85.7%까지 올랐다. 전국 기준 폐현수막 재활용률도 2024년 33.3%에서 지난해 48.4%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폐현수막을 ‘새 현수막’으로 되돌리는 방안도 적극 추진된다. 기후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일부 지자체와 폐현수막을 원사(실)로 만들어 다시 현수막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순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때 현수막 재활용의 가장 큰 걸림돌인 잉크는 특수 용매로 씻어내는 세척 기술이 활용된다.
재활용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수막 사용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는 “폐현수막 재활용 확대뿐 아니라 현수막 제작 단계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정당과 공공기관 중심의 현수막 제작 감축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