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노동조합연맹 소속 교사들이 제45주년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교사 시민권 회복과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을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강윤중 기자
교사의 정당 가입과 정치후원, 정치적 의사 표현을 허용하는 ‘교사 정치기본권’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감 당선자 16명 가운데 12명이 관련 법 개정에 찬성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정치기본권 태스크포스(TF)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허용 가능한 교사의 정치 활동 범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가 향후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시도교육감 당선인 공약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 중 서울·경기·인천·강원·대전·충남·충북·경북·경남·울산·부산·제주 등 12곳의 교육감 당선인은 정당법·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개정을 통한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에 찬성했다. 세종은 유보 입장을 밝혔고 전북·전남광주·대구는 관련 입장이 확인되지 않았다.
진보 성향 교육감뿐 아니라 일부 보수 성향 교육감도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교사 정치기본권 문제가 특정 진영의 의제를 넘어 교육계 전반의 논의 과제로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사 정치기본권은 교사의 정당 가입과 정치후원금 납부, 정치적 의사 표현, 선거 운동 등을 허용하자는 논의다. 현행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 등은 공무원의 정치운동과 선거운동을 폭넓게 제한하고 있어 교사는 사실상 정치 활동 전반에 제약을 받고 있다. 선거 관련 SNS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조차 정치 활동으로 간주될 수 있다.
교원단체들은 법이 공무상 지위를 이용한 정치 활동은 제한하더라도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정치적 기본권까지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도 관련 제도 개선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교권 보호 및 교원 정치기본권 확대’의 일환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 발족한 공무원·교원 정치기본권 확대를 위한 TF를 이달부터 재가동할 예정이며, 교육부는 교원의 정치기본권 확대에 대비하고자 현장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기초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교육계는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 등을 계기로 교사 정치기본권 논의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향후 논의의 초점은 교사의 정치 활동 허용에 대한 ‘찬반’ 자체보다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제도를 설계하는 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교사 정치기본권 확대의 사회적 수용성 제고 방안’ 보고서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정당 가입, 정치후원, 선거운동·출마 등은 성격이 서로 다른 권리인 만큼 전면 허용이나 전면 금지가 아니라 권리별로 허용 범위와 제한 기준을 달리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보고서는 SNS 표현 등 교사의 학교 밖 권리는 폭넓게 보장하되 학교 내, 교실 안, 평가 영역에서의 정치 활동에 대해서는 학생 보호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에서 교사가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은 단순히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정치 회피가 아니라, 정파적 선전을 금지하는 ‘교육활동의 규범’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사가 교육활동 중 특정 정치적 결론을 학생에게 주입·강요하는 것을 금지하고, 논쟁적 사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근거를 제시하며, 학생의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않고, 평가권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명확하고 구체적인 규범을 만드는 것이 학생 보호를 위한 정치적 중립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경아 연구위원은 “교사를 각종 민원과 법적 분쟁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입법에 앞서 학교·교육청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먼저 마련하고 현장에 안착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향후 교사의 정치활동 허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사의 정치 활동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치 편향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교사 정치기본권 제한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강한 수준”이라면서도 “학교 밖에서 SNS를 통한 정치적 의견 표명을 금지한 것 등은 완화할 필요가 있지만, 학교 안에서는 교사와 학부모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정치 관련 교육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해석 기구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