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부 장쑤성 쑤저우 타이창항에 자동차 운반선 ‘비야디(BYD) 선전’호 선적을 기다리는 BYD 전기차들이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알리바바와 바이두, 비야디(BYD) 등 중국 주요 기술기업들을 ‘중국군 지원 기업’으로 지정했다. 이번 지정이 즉각적인 제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산업·국방 역량과 직결된 핵심 기업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미·중 간 긴장을 다시 고조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국방부는 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국방수권법(NDAA) 1260H조에 따라 중국 군사 기업 목록을 갱신해 관보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1260H는 중국군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기업 명단을 국방부가 작성·관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명단에는 모두 188개 기업이 등록됐다. 중국의 대표적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중국 내 최대 인터넷 검색포털 바이두, 전기차 제조업체 BYD 등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국방부는 알리바바와 바이두에 대해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와 연계된 방위산업 기반에 민·군 복합 방식으로 기여하는 기업”이라고 규정했다. BYD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으며 MIIT와도 간접적으로 연결된 민·군 복합 기여자”라고 했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유니트리와 자율주행 기술 기업 로보센스, 제약·바이오 기업 우시앱텍도 새롭게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공지능 빅테크 기업 텐센트는 등재가 유지됐다.
명단에 오른 기업들이 곧바로 제재나 수출 통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향후 국방부의 조달 사업 등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해당 지정이 당장 법적 효과가 있지는 않지만 향후 징벌적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중 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이번 명단에 중국의 군사·산업 역량 강화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주요 기술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며, 지정학적 경쟁 속에서 미국의 안보 우려를 반영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이번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나왔다. 당시 양국은 무역 확대에 합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시 주석을 오는 9월 워싱턴으로 초청한 상태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인 크레이그 싱글턴은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국방부가 공개한 명단은 미·중 정상회담 이후 현실을 일깨우는 조치”라면서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은 경쟁을 멈춘 게 아니라 어디서 경쟁이 계속될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앞서 지난 2월 1260H 명단을 관보에 일시 게재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관계를 의식한 조치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지난 2월 명단 포함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 자사는 민간용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라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이 국가 안보 개념을 일반화하고 각종 명목의 차별적 리스트를 작성해 중국 기업을 부당하게 탄압하는 것에 일관되고 단호하게 반대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고, 중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탄압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중국은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주미 중국대사관도 성명을 통해 “중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목록 작성에 반대한다”며 “중국 기업들은 현지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미국은 잘못된 관행을 중단하고 중국 기업에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