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확전을 불사하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가까스로 주저앉히는 데 성공하면서,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공격을 멈췄다. 그러나 이번 교전을 통해 독자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준 네타냐후 총리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선을 언제든 통제 불능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는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란 공습을 준비하는 네타냐후 총리를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격한 후 이란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자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했다. 이스라엘의 재보복으로 교전이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네타냐후 총리를 막을 수 없단 사실을 알게 됐고, 결국 “제한적으로 대응해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라”며 한발 물러섰다고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들이 WSJ에 말했다. 이는 전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통제력 약화를 의미한다고 WSJ는 분석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이란 수도 테헤란 및 북서부·중부 지역의 여러 도시를 공격하고, 이란 내 석유화학 시설 등을 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이 진정되지 않고 8일 오전까지 공방이 이어지자 네타냐후 총리에게 또다시 전화를 걸어 공격을 중단하라고 재차 압박했다.
이번 두 차례의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욕설을 퍼부었던 지난 1일 통화보다는 훨씬 차분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곧 혼자 남게 될 거야”라는 경고를 전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요구를 계속 무시하면 미국의 지원이 끊길 수 있다고 강력하게 엄포를 놓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테러 정권이 다시 우리를 공격하는 실수를 저지른다면 무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란 본토에 대한 공격을 중단했다. 그러나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격은 여전히 멈추지 않아 언제든 교전이 재개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앞서 이란은 이스라엘 공격을 중단하면서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하면 교전을 재개하겠다”는 조건을 단 바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화염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레바논 남부 티레의 모습. AFP연합뉴스
텔아비브에 있는 국가안보연구소의 대니 시트리노비치 연구원은 WSJ에 “트럼프는 석유 시장과 글로벌 소비자들이 받는 압박을 완화할 수 있는 합의로 전쟁을 끝내기를 원하지만, 이스라엘은 이 전쟁이 이란의 항복으로 끝날 수 있다는 희망을 여전히 붙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쟁을 빨리 끝내야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유리해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쟁이 이대로 끝나면 늦어도 오는 10월 말 전 치러지는 이스라엘 총선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네타냐후 총리의 이해관계가 점점 더 어긋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정치적 생존을 위한 최선의 전략은 종전 협상이 실패하고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 다시 휘말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동 경제를 전문으로 하는 영국 싱크탱크인 부르스앤드바자르 재단의 에스판디야르 바트만겔리지 대표는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뒷마당에서 이스라엘을 억제할 수 있는지 보고 싶어한다”며 “이를 통해 미국이 종전 협상에서 내건 안보 공약의 신뢰성 여부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