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체육관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국빈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열었다. 러시아와의 군사 밀착으로 몸값을 높인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7년 만에 평양으로 불러들이면서, 북·중 관계의 주도권이 평양 쪽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대러 밀착이 역으로 중국이 북한에 더 적극적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2024년 러시아와 유사시 상호 원조하도록 한 조약을 맺었는데, 시 주석이 러시아의 영향력을 견제하려고 올해 첫 순방지로 북한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번 중국 대표단에 둥쥔 국방부장과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 주임이 포함돼 북한과 중국의 군사·경제 실무협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북·중 전통 우의를 소중히 여기는 중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는 공식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NYT는 “중국은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 이후 공식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핵무장한 북한이 미국과 한국에 대한 레버리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중국 정부가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했다.
핵전력 강화를 공식화하고 있는 북한이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와 비핵화 논의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자이안 총 싱가포르 국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북한은 독자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며 “그들은 베이징을 포함한 그 누구의 지시에도 따르지 않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접근법 자체가 달라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중국은 비핵화 압박보다 한반도 안정 관리와 대미 전략경쟁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북한의 달라진 위상은 러시아 파병이라는 ‘도박’ 이후 경제 성장에 따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NYT는 한국은행 추정치를 인용해 2024년 북한 경제성장률이 3.7%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파병·무기 수출·해킹을 통한 외화벌이 등 김 위원장의 복합 생존전략이 일부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3분의 2 가까이 절하되고 쌀값이 3배 이상 급등하는 등 민생 불안이 지속하고 있어 김 위원장의 도박이 완전히 성공했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NY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