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상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2024년 1월 열린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충상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국회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증언거부를 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강성진 판사는 9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이 전 위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감사 절차에서 행해진 질문에 인권위원장의 체면을 지켜주겠다는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다”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 자질을 의심케 하는 공사 구분 없는 행위”라고 밝혔다.
앞서 이충상 전 위원은 2024년 10월3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문임기제 정책비서관들을 뽑은 인권위 면접위원이 좌편향으로 위촉됐다’는 자신의 언론 인터뷰 발언에 대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따져 묻자, 답변을 거부해 논란이 됐다.
이에 국회 운영위는 같은 해 11월 이 전 위원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지난 1월 이 전 위원을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이듬달 이 전 위원에게 벌금 5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내렸다. 이 전 위원은 법원 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재판이 진행됐다.
이 전 위원은 재판 과정에서 “국회가 증언할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지, 증언을 거부한 것이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정감사 당시 이 전 위원에게 답변 기회가 여러 차례 주어졌지만, 질문한 의원의 발언 시간이 끝날 때까지도 이 전 위원이 답변하지 않아 증언을 거부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윤건영 의원이 질문에 대해 여러 차례 답변을 요구했는데도 발언 시간이 끝날 때까지 발언하지 않았다”며 “질문한 의원의 기회는 물론 발언 시간이 끝날 때까지 발언하지 않은 이상 증언을 거부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의 질의 시간이 끝난 뒤 (이 전 위원이) 증언하겠다고 했다지만, 번복해 답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도 이미 성립한 증언거부로 인해 법률 위반”이라며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했다.
국회증언감정법 제12조 등은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 또는 증언·감정을 거부하거나 모욕적 언행으로 국회 권위를 훼손한 때에 징역 3년이나 5년 이하의 징역, 최대 3000만원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