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 경찰관들이 서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자 핸드볼 주니어 국가대표 선수들이 시위 참가자로부터 소지품 검사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선수들은 시위 장소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내부에 보관된 공인구와 장비를 찾으러 갔다가 어처구니없는 인권침해를 겪었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무고한 시민들이 불법적 검문검색을 당하는데도 막지 못했다. 올림픽공원은 치외법권 지역이라도 되는 것인가. 참정권 훼손만 문제고, 타인에 대한 인권침해는 문제가 아니란 건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경향신문 등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8일 오전 여자 핸드볼 주니어 대표선수 6명이 핸드볼경기장 앞에 도착했으나 시위대에 가로막혔다. 대표팀은 오는 24일 중국에서 개막하는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U20)를 앞두고 훈련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경기장이 시위로 봉쇄되자 인근 한국체대에서 훈련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장비를 가지러 온 것이다. 시위 참가자들은 “핸드볼 선수인지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며 막아섰다. 결국 한 선수가 “제발요”라고 빌면서 간청하고서야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선수들이 공이 담긴 수레와 비닐 백 등 훈련용품을 들고나오자, 일부 참가자들이 소지품 검사를 요구했다. 투표용지 등이 섞여 있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소지품 검사에 응한 뒤 경기장을 떠났다.
납득하기 힘든 것은 경찰의 대응이다.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이 선수들의 출입을 막을 때도 무력했고, 선수들의 가방을 뒤질 때도 무력했다. 한 남성이 “양말도 벗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몸 수색을 요구하자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며 경고한 게 전부였다. 경찰관조차 법에 의거하지 않고선 시민을 검문검색할 수 없다. 경찰관직무집행법 3조를 보면, 경찰관은 ‘어떠한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 등에 한해 불심검문을 할 수 있다. 일반 시민이 타인에게 소지품을 보여달라고 할 권한이 없음은 자명하다. 경찰청은 하루 지난 9일에야 “일부 참가자가 시민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법적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의 소지품을 수색하는 등 불미스러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시민, 기자, 경찰·소방 등을 대상으로 한 폭행·명예훼손·강요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선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시민의 참정권이 침해된 중대 사안이다. 하지만 그 어떤 명분으로도,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어린 여성 대표선수들이 입었을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정부 당국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선을 넘는 행태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