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교육기본법의 위험한 사용법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교육기본법의 위험한 사용법

입력 2026.06.09 20:07

수정 2026.06.09 20:08

펼치기/접기

“현시점까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정치적 활동을 금지한 교육기본법 제14조 제2항에 반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문부과학성 장관의 말이다. 지난달 문부과학성은 교토부에 있는 도시샤 국제고등학교의 헤노코 현장학습에 대해 정치활동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1947년, 전쟁을 교훈 삼아 교육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가 학교 교육 내용을 이 조항 위반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헤노코에서의 학생 사망 사고를 계기로 시작된 조사에서 문부과학성이 지적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학교의 안전관리 부실, 또 하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 위반이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두 번째 판단이다. 사고 원인을 따지는 조사가 교육 내용의 적법성 판단으로까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3월16일, 오키나와현 나고시 헤노코 앞바다에서 연수 여행 중이던 이 학교 학생들이 탄 배 두 척이 전복됐다. 이 사고로 여고생 한 명과 선장 한 명이 숨졌다. 문부과학성의 조사 결과, 안전관리를 위한 학교 측의 사전 답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학생들이 탄 배에 교직원이 함께 타지 않는 등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학교 측의 책임은 엄중히 물어야 한다.

그러나 안전관리 부실과 교육 내용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구별되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의 교육기본법은 학교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한 정치 교육, 그 밖의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당연하다. 특정 정당을 위해 학생을 동원하는 일은 허용될 수 없다. 하지만, 의견 대립이 있는 현장을 학생들이 직접 보고, 듣고,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교육을 ‘중립 위반’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헤노코는 주일미군 후텐마 기지 이전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자,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대 운동이 이어져 온 현장이다. 전쟁과 점령의 기억, 막중한 기지 부담이라는 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평화 교육의 중요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문부과학성이 교육 내용까지 관여하게 된 배경에는 집권 자민당 내부의 강한 비판이 있었다고 한다. 사고 이후 자민당은 정부에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고, 당내에서는 헤노코 학습을 두고 “아이들에게 편향된 학습을 강요했다”는 취지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또 “평화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편향된 교육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제안서를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교육기본법 위반이라는 정부 판단이 나온 것이다.

우리는 정치권력 자체가 중립적이지 않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헤노코 기지 이전은 일본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이다. 그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운동을 다룬 교육에 대해, 정부가 “중립에 반한다”고 판단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물론 학교는 찬반 양쪽의 자료를 제시하고 학생에게 특정 결론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기준을 정부가 정하는 순간, 중립은 교육을 지키는 원칙이 아니라 권력에 불편한 목소리를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 버리는 것 아닐까? 헤노코의 안타까운 사고가 평화 교육을 위축시키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교육 현장에서 배제하고 억압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진환 일본 방송PD

박진환 일본 방송PD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