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점까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정치적 활동을 금지한 교육기본법 제14조 제2항에 반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문부과학성 장관의 말이다. 지난달 문부과학성은 교토부에 있는 도시샤 국제고등학교의 헤노코 현장학습에 대해 정치활동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1947년, 전쟁을 교훈 삼아 교육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가 학교 교육 내용을 이 조항 위반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헤노코에서의 학생 사망 사고를 계기로 시작된 조사에서 문부과학성이 지적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학교의 안전관리 부실, 또 하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 위반이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두 번째 판단이다. 사고 원인을 따지는 조사가 교육 내용의 적법성 판단으로까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3월16일, 오키나와현 나고시 헤노코 앞바다에서 연수 여행 중이던 이 학교 학생들이 탄 배 두 척이 전복됐다. 이 사고로 여고생 한 명과 선장 한 명이 숨졌다. 문부과학성의 조사 결과, 안전관리를 위한 학교 측의 사전 답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학생들이 탄 배에 교직원이 함께 타지 않는 등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학교 측의 책임은 엄중히 물어야 한다.
그러나 안전관리 부실과 교육 내용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구별되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의 교육기본법은 학교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한 정치 교육, 그 밖의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당연하다. 특정 정당을 위해 학생을 동원하는 일은 허용될 수 없다. 하지만, 의견 대립이 있는 현장을 학생들이 직접 보고, 듣고,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교육을 ‘중립 위반’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헤노코는 주일미군 후텐마 기지 이전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자,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대 운동이 이어져 온 현장이다. 전쟁과 점령의 기억, 막중한 기지 부담이라는 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평화 교육의 중요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문부과학성이 교육 내용까지 관여하게 된 배경에는 집권 자민당 내부의 강한 비판이 있었다고 한다. 사고 이후 자민당은 정부에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고, 당내에서는 헤노코 학습을 두고 “아이들에게 편향된 학습을 강요했다”는 취지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또 “평화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편향된 교육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제안서를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교육기본법 위반이라는 정부 판단이 나온 것이다.
우리는 정치권력 자체가 중립적이지 않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헤노코 기지 이전은 일본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이다. 그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운동을 다룬 교육에 대해, 정부가 “중립에 반한다”고 판단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물론 학교는 찬반 양쪽의 자료를 제시하고 학생에게 특정 결론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기준을 정부가 정하는 순간, 중립은 교육을 지키는 원칙이 아니라 권력에 불편한 목소리를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 버리는 것 아닐까? 헤노코의 안타까운 사고가 평화 교육을 위축시키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교육 현장에서 배제하고 억압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진환 일본 방송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