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협상 중 공습을 주고받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으로 잠시 가라앉았지만, 이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협상이 장기화할수록 상황이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BBC는 8일(현지시간) 주말 사이 벌어진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세 가지 문제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만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통제하진 못하거나 통제할 의지가 없다는 점, 이란이 보복을 감수하면서까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려 한다는 점,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핵합의가 아직 임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란은 지난 7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의 거점을 타격하자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BBC는 이번 공격으로 헤즈볼라 문제를 미·이란 종전 협상과 연계시키는 것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반격을 얼마나 용인하는지 시험하려 했다고 평가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이란 내 군부 강경파들이 ‘전략적 인내’로는 억지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 지속 비용을 최대한 높여 협상을 압박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새 지도부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살아남은 것을 근거로 더 대담한 무력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관측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은 전쟁을 통해 강력한 보복이 생존을 가능하게 하고 적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BBC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최소한 묵시적 동의 없이 이란을 공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스라엘의 공격에서 거리를 두기 위한 것이거나, 진심으로 막으려 했지만 설득에 못 이긴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보복을 감행한 것은 이스라엘 내부의 강한 요구 때문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스라엘 언론과 야권 모두 이란의 공격 국면이 이스라엘의 미래를 가를 결정적 분기점이라고 보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오는 9~10월 선거를 앞둔 네타냐후 총리에겐 보복하지 않았을 때의 정치적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란·이스라엘·미국의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물가 상승과 오는 11월 예정된 중간선거 전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과 핵합의로 전쟁을 매듭짓고 싶어 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헤즈볼라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목표여서 협상 타결 자체가 불리한 결과다.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제재와 동결 자산 해제를 핵심 요구 사항으로 내걸고 있다.
니콜라스 부세 FAZ 논설위원은 “트럼프는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이면서도 역설적으로 현재 가장 약한 포지션에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