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년 기자회견 “100점 만점에 70점”
“7월 총파업 요구에 성과급 인상 포함 안 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1년 평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에 양극화 해소 방안이 빠져있다고 직격했다. 인공지능(AI) 전환이 불러온 주식시장 호황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에도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양 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5년간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제자리걸음”이라며 “임금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분배의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이 촉발한 초과이윤 분배와 AI 시대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양 위원장은 “아궁이에 불을 때는데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에 70점을 매겼다. 지난해 출범 100일 당시 80점을 줬던 것보다 소폭 낮아진 평가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 3개월 차를 맞은 것과 관련해선 “원청 교섭을 요구한 사업장이 500여 곳이지만 실제 교섭이 시작된 곳은 10곳도 되지 않는다”며 “노동부 해석지침과 시행령이 법을 무력화하고 있고 정부도 모범 사용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코스피 지수 상승이 곧 노동자 삶의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코스피 8000이 노동자들의 행복지수는 아니다”라며 “개인 주식자산 상위 7.7%가 전체 주식의 78%를 보유하고 있다는 통계를 보면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주식투자를 종용할 것이 아니라 임금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기업의 성장만 강조해서는 과거부터 지속해 온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을 계기로 불거진 초과이윤 분배 문제를 두고 “초기에 열을 올렸던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이 물러서는 자세를 보였다. 분배 문제는 뒷전이고 기업의 성장에 더 주목하고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이익을 노동자들과 어떻게 나눌 것인지는 노사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하청 노동자들에게까지 확장하는 문제는 원청 교섭이나 초기업 교섭을 통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업이익의 3%를 사회공헌에 사용하도록 한 인도의 기업법 사례를 언급하며 초과이윤의 사회적 환원 방안을 제도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도 밝혔다. 정부가 ‘영업이익 N% 성과급’ 노사 합의의 주주총회 결의 의무화를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노동자들과의 논의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다음 주 대기업노조 대표들과 초과이윤 성과 배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1년 평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 위원장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하청 노조가 원한다면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면 될 일”이라고 밝힌 데 대해 “자기 노동조합의 출발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삼성전자 노조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철회된 결과”라며 “하청 노동자들이 만들어 놓은 노조 할 권리의 토대 위에서 성장한 노조가 ‘당신들은 알아서 싸우라’고 하는 것은 연대 의식이 결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민주노총에도 삼성전자 하청노조가 있지만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 사회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AI 도입과 관련해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만큼 노동자와의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사업장과 업종, 사회 전체 차원의 중층적 논의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원청 교섭’을 오는 7월15일 총파업의 핵심 의제로 정했다. 양 위원장은 “7월 총파업은 원청 교섭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 요구에 성과급 인상을 담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