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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권위 있는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면 대개 다음 수순은 정해져 있는 듯 보인다.

같은 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도 1위를 차지했고 지난 3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페스티벌 피아노 콩쿠르에서는 2위에 올랐다.

올해 초 마포문화재단 상주음악가로 선정돼 리사이틀을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10월엔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우승자 자격으로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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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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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후 또 나가버렸다…피아니스트 선율에게 콩쿠르란

입력 2026.06.10 20:48

수정 2026.06.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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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우어 1위 후에도 도전 지속

“무섭고 두렵지만, 공부가 돼요”

피아니스트 선율은 올해 초 마포문화재단 상주음악가로 선정돼  연주회를 이어가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피아니스트 선율은 올해 초 마포문화재단 상주음악가로 선정돼 연주회를 이어가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권위 있는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면 대개 다음 수순은 정해져 있는 듯 보인다. 더 큰 무대, 더 많은 연주회, 더 안정적인 경력. 일종의 시험대를 ‘졸업’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선율(25)은 좀 다른 길을 가는 중이다. 그는 2024년 미국 지나 바카우어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같은 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도 1위를 차지했고 지난 3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페스티벌 피아노 콩쿠르에서는 2위에 올랐다. 올해 초 마포문화재단 상주음악가로 선정돼 리사이틀을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10월엔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우승자 자격으로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도 선다. 그런데도 여전히 새로운 콩쿠르에 도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리사이틀 이튿날인 지난 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선율을 만나 이유를 묻자 “여전히 필요한 무대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스트레스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저에겐 큰 무대 경험이자 누군가에게 음악을 들려드릴 기회가 되거든요. 또래 연주자들을 만나고 같은 곡을 얼마나 다르게 연주하는지 듣는 것은 엄청나게 좋은 공부가 되고 또 재미있어요. 콩쿠르마다 과제곡이 조금씩 다르니 레퍼토리를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극한의 압박감이 짓누르는 무대가 재미있다면 엄청난 승부욕의 소유자이거나 태생적으로 긴장과 스릴을 즐기는 강심장일 법하다. 하지만 실제 모습은 거리가 멀다. 무대공포증은 늘 그를 괴롭힌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가 그냥 들어가고 싶을 만큼 무대가 무겁고 무서울 때도 있다. 청중에게 인사하고 피아노에 다가서는 몇초의 시간을 채우는 떨림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피아노를 그만두려 한 적도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이었다. 자신감도,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생각을 정리할 요량으로 부산 친구 집에 내려갔다가 사흘 만에 돌아왔다. 고작 사흘 손대지 않았던 피아노가 치고 싶어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프랑스 유학은 피아노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2022년 파리에서 만난 스승은 그에게 하루 3시간 이상 연습하지 말라고 했다. 오래 피아노 앞에 앉아 있어야 안심이 되던 그에게는 낯선 조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은 연습을 줄이라는 뜻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는 걸 알게 됐다. 파리의 미술관과 거리, 서로 다른 옷차림과 표정의 사람들을 보는 일은 “삶에 정답이 없듯 음악에도 정답이 없다”는 감각으로 이어졌다. “예전엔 이렇게 해도 되나 하고 주저했던 때가 많았는데 저마다의 다양함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제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런 감각은 그의 리사이틀 프로그램에도 스며 있다. 지난 4일 리사이틀에서 그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을 연주했다. 이름처럼 고난도 테크닉과 엄청난 체력을 요하는 작품이다. 그는 “얼마나 빠르고 기교적으로 치느냐가 아니라 이 작품이 얼마나 좋은 곡인지 관객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하반기 리사이틀에서는 슈베르트 소나타 20번과 쇼팽 스케르초를 들려줄 예정이다. 한때 그에게 ‘큰 상처’가 됐던 작품들이다. 너무 좋아해서 졸업 연주회에 올렸지만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라는 극심한 자괴감을 느꼈기 때문에 다시는 마주하기 무서운 곡들이었다.

콩쿠르 도전도, 피하고 싶은 작품들을 마주하는 것도 그에겐 피아노를 계속하기 위한 선택이다. 겁이 없어서가 아니라 겁이 있어도 다시 오르는 무대. 피아니스트 선율에게 무대는 이기는 장소가 아닌,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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