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정 안산시상록장애인복지관 관장 (오른쪽)
◼︎ 혼자 서는 자립에서 함께 서는 연립으로
최근 장애인복지 분야는 장애인자립지원법과 지역돌봄통합지원법 제정을 계기로 시설 중심 지원체계에서 지역사회 중심 지원체계로 전환되는 변화를 맞고 있다. 하지만 자립의 개념은 여전히 ‘혼자 생활할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일하며 이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느껴왔다.
오랜 시설생활을 마친 뒤 지역사회에 정착한 발달장애인 효주 씨(가명)는 최근 자신이 마련한 집에서 집들이를 했다. 직접 초대장을 만들고 손님을 초청한 그 자리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었다.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효주 씨의 변화는 복지서비스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동네 카페 사장이 이름을 불러주고, 식당 사장이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이웃들이 집을 구하는 과정과 일상생활을 함께 도우면서 자연스러운 관계망이 형성됐다. 그 관계가 효주 씨가 지역사회 안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기반이 됐다.
집들이 자리에 효주 씨의 자립을 축하하러 갔지만 사실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완전히 독립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능력이 아니라,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진정한 자립은 고립이 아니라 연결 속에서 완성된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관계의 중요성은 더욱 크게 드러난다.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던 한 장애 청년이 갈등 상황으로 집을 나왔을 때, 그가 먼저 연락한 곳은 복지기관이 아니었다. 자신을 기억해 주던 지역 상인이었다. 주민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이 사례는 제도가 미처 닿지 못하는 영역을 지역사회 관계망이 보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험들은 장애인복지기관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복지기관은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장애인의 자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준비해야 하는 과제다. 장애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것, 그것이 앞으로 장애인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