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반기 ‘외국인력 통합지원 로드맵’ 발표
현재는 사업주 동의 없이 일자리 변경 어려워
민주노총·이주노동자평등연대가 1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주노동자 인권중심 로드맵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정부가 ‘외국인력 통합지원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인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변경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잇따른 이주노동자 폭행 사건의 근본 원인이 사업주에게 종속된 현행 제도에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1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장 변경 제한 폐지를 요구했다. 현행법상 이주노동자는 임금체불, 폭행, 성희롱 등 피해를 입증하지 않는 한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 익명 신고센터 운영과 특별근로감독 확대 등을 담은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방지대책’을 발표했지만, 노동계는 사업장 변경 제한 등 고용허가제의 핵심 문제를 건드리지 못한 미봉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을 바꿀 수도, 지역을 벗어날 수도 없는 상태에서 특정 사용자에게 종속돼 있다”며 “악덕 사용자에게 맞기 전에, 범죄 피해자가 되기 전에 위험한 일터를 떠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과 고용 연장 권한이 전부 사업주에게 있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며 “조금이라도 눈 밖에 나서 사업주가 재고용이나 비자 연장을 해주지 않으면 추방 대상이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금체불과 산재 사망률이 내국인의 3배에 달하지만 괴롭힘을 당해도 사업장을 떠날 수 없다”며 “이주노동자에게 강제노동을 시키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드윈 필리핀 이주노동자단체 카사마코 활동가는 “현재 고용허가제에서는 노동자가 사실상 사업주에게 묶여 있어 저임금과 임금착취, 언어·신체 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만든다”며 “직장을 선택하고 변경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 뒤 노동부에 관련 서한을 전달했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외국인력 정책 전반을 담은 ‘외국인력 통합지원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