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게티이미지코리아
“축구팬들은 진정하고 상황을 보세요.”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끊임없이 제기되는 논란에 대해 “우리가 항상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믿어달라. 다만 우리는 정부나 경찰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세상의 ‘왕’이 아니지 않나”고 강조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개최국 미국에 의해 정치화됐다는 비판과 함께 입장권 가격 논란 등이 연일 도마에 오르는 가운데 인판티노 회장은 11일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 기자회견을 열고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행사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그러나 AP통신은 “인판티노 회장이 입장권 가격 논란을 옹호하면서 FIFA가 미국 정부에 소말리아 심판 입국을 허가하도록 설득할 힘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을 미국에 초청한 것을 스스로 칭찬했다”며 이날 기자회견을 이례적이라고 표현하며 비꼬았다.
인판티노 회장은 개막을 앞두고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인판티노 회장은 미국 입국을 거부당하며 참가가 불발된 ‘소말리아 출신 1호 월드컵 심판’ 오마르 아르탄에 대해 “때로는 당장 소리 지르고 고함을 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매우 공격적인 세상이며 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내려진 결정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영국 BBC 기자가 이와 관련해 질문하자 “FIFA가 영국 정부에 누군가를 입국시키거나, 시키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느냐”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진정하라’는 의미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물밑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전쟁 중에 월드컵에 참가한 이란에 대해서는 “FIFA의 성과가 자랑스럽다”고 다소 엉뚱한 얘기를 했다. 이란은 미국과 불편한 관계 속에서 대회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적지에서 치르는 대회인 만큼 주변 상황도 좋을 수 없다. 조별리그에서 벨기에, 이집트, 뉴질랜드와 함께 G조에 속한 이란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미국에서 치러야 하는데, 두 나라 간 전쟁 여파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베이스캠프가 미국에서 멕시코로 바뀌었다. 경기마다 국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진통 끝에 선수단은 미국 입국에 필요한 비자를 극적으로 받긴 했지만, 스태프 중에는 받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또 원정 응원단에 배정된 입장권도 모두 취소되며 불편하고 불리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인판티노 회장은 “어려운 점도 많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란이 와서 경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저 말고 누가 해줄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며 “이란 대표팀 경기는 매진을 이룰 것이며,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입장권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과 마주한 인판티노 회장은 “만약 입장권을 더 낮은 가격에 팔았다면, 훨씬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미국에서 합법적인)2차 시장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축구에는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격 정책을 옹호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가 잘못된 것이라면, 북미의 모든 사람이 잘못하는 것”이라는 발언은 미국 스포츠 시장을 고려한 결정임을 재차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월드컵 토너먼트 평균 입장권 가격이 500달러 미만이며 다른 미국 스포츠 플레이오프 가격과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또 뉴욕 닉스-샌안토니오 스퍼스 간의 NBA 파이널을 예로 들며 다른 주요 미국 스포츠 행사에서도 비슷한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번 대회 입장권 가격은 최저 140달러(약 21만원)이다. 수요에 따라 입장권 가격을 변동하는 유동 가격제가 도입돼 결승전 입장권 가격은 가장 낮은 것이 5000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AP통신은 “인판티노 회장이 제시한 입장권 가격은 재판매에는 해당될 수 있어도 정가로는 정확하지 않다. 최근 몇 년간 메이저리그 야구 월드시리즈 평균 티켓 가격은 350달러에서 400달러였다. 지난 시즌 NFL의 경우 와일드카드 라운드 평균 가격은 230달러, 디비전 경기 평균 가격은 320달러, 컨퍼런스 챔피언십 경기 평균 가격은 450달러, 슈퍼볼 평균 가격은 3300달러였다”고 짚었다.
입장권 가격 논란이 확대되자 FIFA는 그제서야 각국 축구협회에 일반 팬들을 위한 60달러짜리 티켓을 제공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렇게 제공된 입장권이 13만 장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캘리포니아, 뉴저지, 뉴욕, 텍사스 주에서 진행될 입장권 가격 조사 예고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모든 조사를 환영한다. 모든 증거를 제시하고 우리의 입장을 설명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까지 600만 장 이상의 입장권을 판매했다. 10배 이상의 전례 없는 수요”라고 대회 흥행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회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협력에 대해서는 “그의 참여와 지원이 없었다면 미국에서 월드컵을 개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FIFA는 지난해 12월 열린 대회 조 추첨 행사 때 ‘평화상’을 신설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