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관계자들이 11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압수수색을 위해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관리가 투표용지 부족은 물론 선거인명부 누락, 개표 결과 중복 반영 등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의 관리 시스템이 이런 지경이었다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존재의미에 회의가 들 정도다.
중앙선관위는 선거 당일에는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가 서울 14곳이라더니 이후 전국 50곳으로, 다시 91곳으로 정정했다. 이 중 잠시라도 투표가 중단된 투표소가 26곳에 달한다. 선관위가 선거 준비 부족만이 아니라 사후 현황도 제대로 집계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함을 드러낸 것이다. 투표용지 인쇄량이 유권자 수의 절반이 안 되는 투표소는 1371곳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 선거정책실장이 선관위원 회의도 거치지 않고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유권자 수의 60%에서 50%로 낮췄는데, 그마저도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충북 청주시 성화개신죽림동의 한 투표소에선 선거인명부 누락으로 일부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했고, 전북 전주시 중화산동에선 1투표소의 개표 결과가 3투표소 개표에 반영됐다. 전북선관위는 이 사실을 지난 5일에야 인지했고, 나흘 뒤인 9일에야 전북선관위원장에게 보고했다. 투표 준비, 투표소 운영, 긴급 상황 대응, 개표에 이르기까지 선거관리의 총체적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국민 기본권인 참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여서 인력 부족, 단순 행정 실수 같은 변명이 성립할 수 없다.
중앙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10일 첫 회의를 열고 “사태의 전모를 밝히겠다”고 했다. 진상규명위가 외부 인사로 구성됐다고 하지만 사태의 본질적 책임이 있는 선관위 자체 조사로는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음이 자명하다. 경찰은 11일 중앙선관위·서울선관위 등 7곳을 압수수색하고, 국회는 이날 국정조사요구서를 본회의에 보고하는 등 진상 파악을 위한 본격 절차에 돌입했다. 사법당국과 국회는 이번 선거 시작부터 끝까지의 관리실태를 낱낱이 파헤쳐 그 진상을 국민 앞에 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 부실 선거관리에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과 동시에 국가선거 시스템을 재설계한다는 각오로 선관위의 운영 방식과 선거관리 체계를 바닥부터 뜯어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