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 앰비션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 이정민 옮김
인플루엔셜 | 404쪽 | 2만2000원
지난달 가자로 향하던 구호선단에 올랐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던 한국인 활동가들이 석방돼 돌아왔다. 이들은 가자지구에 닿을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왜 위험한 항해에 나선 것일까. 활동가 해초는 말했다. “결과를 바라지 않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걸 끝까지 하는 게 평화운동이다.”
어쩌면 이들이 품은 꿈이 ‘모럴 앰비션’(선한 야망)에 해당할지도 모르겠다.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야망 말이다. 전작 <휴먼카인드>에서 인간이 본래 이기적이라는 통념에 도전하며 선한 본성을 강조했던 네덜란드 저널리스트이자 사상가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선한 야망’이라는 개념을 들고나온다. 세상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기후변화나 극심한 불평등 등 시대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자신의 재능과 커리어를 바치겠다는 열망이다.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낭비 중 하나는 ‘재능’이라고 지적한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인재들이 금융 상품을 설계하거나 광고 클릭 수를 높일 방법을 찾는 것과 같이 ‘무가치한 일’에 재능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의 기준을 부와 사회적 지위에서 ‘사회적 영향력’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상적으로만 들릴 수 있지만 저자는 구체적인 인물을 들어 독자를 설득한다. 미국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 로자 파크스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그를 버스 좌석을 양보하지 않은 평범한 재봉사로 기억하지만, 저자는 파크스가 수년 동안 민권운동에 참여한 활동가였다고 말한다. 18세기 영국의 노예제 폐지 운동을 이끈 토머스 클락슨, 미국 기업의 비리를 폭로하는 데 앞장선 랄프 네이더 등이 사례로 등장한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들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변화 주체를 엘리트에 한정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개인의 행동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자기계발서와 닮아 있기도 하다. 사회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는 면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자기계발서’라 부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