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요양소에 간 고로
손보미 글·최민지 그림
안온북스 | 57쪽 | 1만8000원
만약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험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배신감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것이다. 고양이 고로가 가출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집사 봄씨가 쓴 글 때문이었다.
사고뭉치 고로가 물을 엎지르면 봄씨가 수습하는 여느 날과 같던 어느 날. 고로는 “무섭디 무서운 깡패 고양이”라고 쓴 봄씨의 글을 우연히 읽고 온몸의 털이 쭈뼛 선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데, 마지막 문장인 “하지만 고로를 사랑한다, 아주 많이”는 보지 못했다. 상처받은 고로는 15년 동안 산 집을 나가버린다. 하지만 고로는 몰랐다. 집 나가면 개고생, 아니 ‘고양이 고생’인 것을. “이건 봄 언니를 벌하기 위해서야”라고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말을 중얼거리지만, 그저 공원 수풀 속에 쭈그려앉은 처량한 고양이일 뿐이다. 그때 한 남자가 고로를 발견하고 버스에 태운다.
고로는 집과 점점 멀어지는 게 불안했지만 한편으로는 ‘될 대로 되라지’ 하고 체념한다. 남자가 데려 간 곳은 고양이 요양소. 힘없이 축 처져 잠든 고양이들을 본 고로는 착잡한 기분이 든다. “아프면 어떻게 되는 걸까? 집으로 못 돌아가면? 나도, 봄 언니도 언젠가 요양을 해야 하는 걸까?”
그런 날이 온다면 봄씨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봄씨가 나타난다. 두 눈이 퉁퉁 부은 봄씨는 고로를 안고 “미안해”를 연발했다.
집으로 돌아온 고로는 가끔씩 요양소에서 본 고양이들을 떠올렸다. 자신이 살아온 15년 세월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이상하게 슬픈 마음이 들었다. 영원한 이별에 대한 슬픈 예감이었을 것이다.
가장 가까워서, 가장 사랑해서 우리는 상처를 받는다. 오해를 풀고 실수를 용서하게 되는 것도 가장 사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래서 고로는 고로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