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우수한 말
정소운 지음
황소자리 | 440쪽 | 2만3000원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받아쓰기를 한다. 한쪽에서 100점짜리가 다른 쪽에선 0점이 될 수 있겠다. 서로 다른 맞춤법 때문이다. 설거지/설겆이, 올바른/옳바른, 보다시피/보다싶이, 젓가락/저가락…. 같은 단어라도 뜻이 다르다. 남한에서 감투는 관직이나 벼슬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면 북한에선 오명이나 누명이란 뜻으로 더 많이 쓴다. 정상회담/수뇌상봉, 단일팀/유일팀처럼 단어는 다른데 같은 뜻을 갖고 있기도 한다. 이 정도면 짐작이라도 한다. 희떱다, 끌끌하다, 두간두간, 왈랑절랑 등에 이르면 외국어인가 싶다.
남 표준어·북 평양문화어 간극 점점 커져
다른 맞춤법에 완전 생소한 표현들도 많아
북한 '진짜 욕설' 등 북한말의 재미 풀어내
남한의 표준어와 북한의 평양문화어는 많이 다르다. 그 차이는 점점 커지고 있다. 남한의 대중이 접하는 북한말은 주로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막말 성명’이다. “똥집까지 드러낸 늙다리 미치광이의 정체”와 같은 험한 언사다. 한때 북한말에 대한 호기심이 유행처럼 일었던 때도 있지만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이 무지함은 누구에게 좋은 것일까.
단절과 불통 속에 멀어지는 두 세계를 메울 도구는 말이라고 믿는 저자는 30년 넘게 통일부에서 일해왔다. 80년치의 ‘로동신문’(이하 노동신문)을 기본 자료로 삼은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북한말 이야기다. ‘소소하고 험한 재미’를 찾을 수 있길 바라는 저자의 바람처럼 재밋거리도 많다. 도윤, 하율, 민서, 수빈, 아리 같은 이름은 북한에서 배격되는데 그 이유는 뭘까. 최고 권위 공식매체인 노동신문에서도 ‘피둥피둥한 목대를 쑥덕 잘라버린다’와 같은 살벌한 표현을 볼 수 있는 북한에서 생각하는 진짜 욕설은 어느 정도일까. 북한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이것’ 때문에 법까지 생겼을 정도지만 정작 그 이름은 노동신문에 한번도 오르지 못한 ‘이것’은 뭘까. 궁금하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