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140만건 사례 분석
진료 기간은 평균 ‘13%’나 길어져
의사가 독감(인플루엔자) 환자에게 위장약 등 소화기계용 약제를 함께 처방하는 관행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병증 없는 단순 독감인데도 항생제가 처방된 사례가 1년간 3만건이 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의원급 기관에서 독감으로 진료받은 18세 이상 성인 환자 사례 140만1178건을 분석해 11일 발표했다.
건보공단 자료를 보면 독감 진료 시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률은 평균 77.2%, 처방률 중앙값은 91.4%로 나타났다. 대다수 의원이 소화기계용 약제를 함께 처방한다는 의미다.
항생제 처방에서도 과잉 정황이 드러났다. 전체 항생제 처방률은 평균 27.7%(중앙값 12.4%)였다. 특히 기저 만성질환이 없고 폐렴·중이염 등 합병증도 없어 항생제 투약 필요성이 낮은 저위험군 진료에서도 13.3%가 항생제 처방을 받았다.
이러한 과잉 항생제 처방이 회복을 앞당기지도 못했다. 항생제를 처방받은 진료 사례는 그러지 않은 경우보다 진료 기간이 평균 약 13% 길었다.
처방 양상은 진료과목과 의사 연령에 따라 차이가 났다. 이비인후과가 저위험군에 항생제를 처방할 확률(교차비)은 기타 과목 대비 3.08배로 가장 높았고, 일반과(1.65배), 소아청소년과(1.53배), 내과(0.69배) 순으로 나타났다.
의사 연령별로는 65세 이상 의사의 항생제 처방 가능성이 45세 미만 의사보다 2.03배 높았다. 반면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률은 45세 미만 의사(83.9%)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약제 종류에 따라 과목·세대별 처방 관행이 다르게 형성된 셈이다.
박영민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합병증이 없는 단순 독감 단계에서는 선제적 항생제 처방이 치료 기간을 단축하는 데 큰 실익이 없다”며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정 진료를 하고 약물 오남용을 줄이려는 의료계와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합병증 없는 인플루엔자에 대한 항생제 치료와 관행적인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에 대해서는 급여 기준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