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제 시행하는 대표 국가
제도 안착 필요한 ‘실무’ 파악 예정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성동훈 기자
헌법재판관들이 다음달 독일과 스페인의 헌법재판소를 방문한다. 두 국가는 재판소원 제도를 시행 중인 대표적인 곳이다. 헌법재판관들은 국내 재판소원 제도 안착에 필요한 사항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1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마은혁·오영준 헌법재판관은 다음달 초·중순쯤 열흘 일정으로 독일과 스페인의 헌법재판소를 방문할 계획이다. 재판소원 실무를 담당하는 헌법 연구관과 헌재 사무처 직원들도 동행한다. 헌법재판관들은 두 나라의 헌법재판관들과 면담하고 이들 국가의 재판소원 실무 운용 상황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독일과 스페인은 재판소원 제도를 운용 중인 대표적인 나라다. 독일은 1951년 헌법재판 제도를 출범하면서 재판소원 제도를 최초로 도입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을 인용할 경우, 법원의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하거나 파기자판(직접 판결)하는 식으로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은 1987년 헌법을 통해 독일식 헌법재판 제도를 도입했지만, 당시 재판소원 제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페인은 1979년 관련 법률을 개정하면서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했다. 스페인은 최고사법기관으로 대법원을 두고, 헌재는 사법부와 별도로 설치돼 헌법 재판을 담당한다. 대법원과 헌재가 분리된 한국과 비슷한 구조다. 스페인 헌재도 법원 판결을 취소할 경우, 파기환송이나 파기자판한다. 대신 청구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수단을 채택하는 등 광범위한 구제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발간된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과 스페인의 최근 5년간 재판소원 인용률은 1%대다.
헌재는 지난 3월12일 재판소원 시행 이후 8건의 재판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올려 본안 심리에 들어갔다. 지난 8일까지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은 877건이고, 이 중 736건은 헌재 지정재판부 사전심사를 거쳐 각하됐다.
법조계에선 이르면 올해 하반기쯤 재판소원 사건의 첫 결정이 나올 것으로 관측한다. 헌재가 재판소원을 인용할 경우, 결정문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가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다. 헌재가 결정문에서 재판 취소 취지와 재판 절차·내용에 대한 위헌성을 구체적으로 밝힐수록, 법원은 후속 재판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다만 헌재는 후속 재판 절차를 모두 법원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대법원도 재판소원 연구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재판소원 인용 뒤 재판 절차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헌재에서 확정 판결을 취소한 사건을 어떻게 분류할지도 논의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와 법원은 기록 공유를 위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사무처와 대법원 법원행정처 실무진들은 12일 경기 성남 대법원전산정보센터에서 만나 기록 공유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