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장 재정경제부 차관이 6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외환시장 관련 수출기업 간담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재경부 제공
정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원·달러 환율에 제동을 걸기 위해 구두 개입과 14년 만의 외환 공동 검사에 이어 수출기업 간담회까지 개최하는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중동 지정학 위기가 고조되는데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지속되면서 환율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과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요 수출기업 간담회에서 외환 변동성 완화를 위한 민관의 공동 노력을 당부했다.
허 차관은 “실물경제는 견조하지만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기업·가계 부담을 키우고 민생 경제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며 “수출 대금을 즉시 환전하고 해외 유보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차관도 “수출과 경제에 고환율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기업 차원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외환 당국의 제도적 조치만으로 환율이 잡히지 않자 달러 수급의 한 축인 수출 대기업까지 끌어들여 고환율 심리를 꺾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기아,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최근 들어 한층 적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5일 야간 거래에서 장중 1560원대까지 치솟자 정부는 일요일인 지난 7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주재로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었다. 이튿날 재경부와 한국은행은 “과도한 변동성과 한 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국민연금공단도 이에 맞춰 대규모 선물환 매도에 나서며 연초 중단했던 환 헤지를 재개했다.
압박 수위는 실제 검사·단속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한은과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부터 주요 외국환은행을 상대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외환 공동검사에 착수했다. 같은 날 범정부 ‘불법 외환거래 대응반’은 약 4154억원 규모의 불법 외환거래 적발 사실을 공개하며 단속 강화를 예고했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개입으로 변동 폭은 다소 줄었지만, 환율은 지난달 15일 이후 줄곧 15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여전히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면서 11일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종가보다 4.7원 오른 1528.9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은 데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에 따른 영향이 크다. 현대차증권 분석 결과를 보면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분 가운데 외국인 주식 순매도의 기여도는 약 50%로, 유가 상승(20.0%)이나 달러화 강세(18.7%) 등 다른 요인을 크게 웃돌았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20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 대비 외국인 순매도 비중은 5.6%로, 지난해(1.5%)의 약 4배 수준이다. 외환 당국은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서서히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매도 흐름이 뚜렷하게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 종전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진 점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환 당국의 잇따른 개입으로 환율 상승세는 주춤하지만, 자산 배분 비중 조절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3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끝나더라도 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 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 고환율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