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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2배 늘어난 만성콩팥병 환자··· 이대로 둬도 될까요

입력 2026.06.12 13:48

수정 2026.06.1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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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치료 중 환자가 집에서 시행할 수 있는 방식인 복막투석을 설명한 모식도. 국가건강정보포털

투석치료 중 환자가 집에서 시행할 수 있는 방식인 복막투석을 설명한 모식도. 국가건강정보포털

콩팥(신장)의 손상이나 기능 감소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콩팥병’은 최근 국내 환자 수가 말 그대로 ‘폭증’하고 있는 병입니다.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보면 2015년 약 17만명이던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는 2024년 34만6000명을 넘어서며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 중 질환이 악화해 투석치료가 필요한 환자만도 10만명을 돌파한 상태입니다. 세계 1위인 한국의 만성콩팥병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 의료계 안팎에서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대한신장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공동 개최한 ‘만성콩팥병 관리제’ 심포지엄에서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국가 차원의 제도적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형천 대한신장학회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은 “인구 고령화와 함께 당뇨병, 고혈압 등 위험요인이 급증하면서 최근 10년간 만성콩팥병 환자 숫자가 2배 이상 폭증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만성콩팥병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 시스템이 미비해서 적절한 진단·치료 기회를 놓치고 국가 재정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이사장의 말처럼 만성콩팥병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당뇨병과 고혈압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당뇨병은 젊은 연령층에서도 환자가 늘고 있어 이 추세대로 가면 만성콩팥병 환자 수는 물론 평균 투병 기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죠.

게다가 콩팥은 치료하지 않으면 점차 상태가 나빠질 뿐 저절로 호전되지 않기 때문에 노인 인구 증가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실제로 이날 대한신장학회가 발표한 ‘만성콩팥병-투석전문의 팩트시트 2026’을 보면 2024년 기준 국내 전체 성인의 만성콩팥병 유병률은 6.3%였는데 70세 이상 연령층에선 유병률이 25.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질환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알아차리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소변에 거품이 심하거나 몸이 붓는 등의 징후가 나타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죠. 콩팥이 점차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대사와 혈압을 조절하는 기능이 떨어지고 빈혈이 생기거나 뼈·혈관 등에도 손상이 생기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병이 심해져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되면 평생 투석치료를 받거나 신장이식이 필요해집니다. 박 이사장이 “질병 단계가 낮을 때 조기에 발견해 투석치료 진입 시기를 1년만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환자에게 제2의 삶을 제공하고 국가적 재정위기도 막아낼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한 번 손상된 콩팥은 원래대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진행을 늦추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행히도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뒤따르면 이미 만성콩팥병이 생겼다 해도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투석치료가 필요한 단계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원인이 되는 질환을 우선 치료하고, 저염식 및 적절한 단백질 섭취, 금연, 체중 관리 등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하는 것이죠.

다만 투석치료가 필요하게 됐더라도 매주 3회씩 병원을 방문하는 혈액투석 방식 대신 환자가 집에서 시행하는 복막투석도 가능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국가적 관리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먼저 올해 초 국회에 발의된 만성콩팥병 관리법을 통과시켜 정부 차원의 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환자 등록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의료기관에 대한 투석센터 인증, 그리고 재택 투석치료 비율 확대입니다. 투석치료의 안전성을 높이는 한편 환자가 집에서 투석치료를 시행할 수 있게 해 의료재정 지출을 낮추자는 취지입니다.

김세중 신장학회 등록이사(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 의료비용 중 90% 이상이 투석에 쓰이고 있는데, 2023년 기준 투석 환자에 들어간 비용만 2조6000억원이었다”며 “만성콩팥병 초기 단계 환자에게 드는 비용이 1년에 10만원 정도인 반면, 투석 환자는 그 280배인 2800만원에 달하므로 일찍 질환을 발견하면 환자 1명당 1억5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같은 만성콩팥병 국가 관리체계를 도입해 환자 수를 감소세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한 곳이 바로 대만입니다. 대만에서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관리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2019년 들어서 환자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대만의 경험을 소개하기 위해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우이원 대만 타이베이의대병원 내과 부장은 “2006년부터 만성콩팥병 단계별 관리 프로그램과 다학제 돌봄 관리를 도입하면서 만성콩팥병 진행 위험을 40% 낮추는 성과를 거뒀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관리로 정책방향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성콩팥병 문제는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는 지역·필수의료와도 직결됩니다. 만성콩팥병이 심해져 투석치료가 필요해진 환자에게 투석이란 며칠만 중단해도 사망에 이르는 생명줄과도 같은데, 지방소멸 현상 탓에 노인 인구가 대부분인 농어촌에서는 투석을 받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투석치료가 필요한 단계의 환자에겐 현재 국내에선 5%대에 머무르는 재택 복막투석 비율을 33%까지 올려 환자의 삶의 질도 높이고 건강보험 재정도 절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물론 나이 많은 환자가 집에서 혼자 투석치료를 하기 어려운 면도 있으니 교육을 받은 보조자의 도움을 받는 보조 복막투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나옵니다. 이를 실현하려면 국가적 지원체계가 필요합니다.

황원민 신장학회 홍보이사(건양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지역에선 투석기를 갖추더라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거나 공공의료원조차 인력을 채우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고령 환자가 많고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농어촌 지역에서는 보조 복막투석이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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