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IPO 확정…공모가 주당 135달러
750억달러 조달…기업가치 1조7500억달러로
우주 산업 수익성 우려에 독점적 지배구조 비판도
AFP연합뉴스
미국 우주·인공지능(AI) 기업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확정하며 화려한 증시 데뷔를 눈앞에 뒀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인류 최초의 ‘조만장자’(자산 1조달러 이상)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스페이스X는 11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공모가격을 주당 135달러로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X는 750억달러(약 114조원)를 조달해 기업가치를 1조7500억달러(약 2660조원)으로 불리는 데 성공했다. 이는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인 아람코가 조달한 294억달러 기록을 두 배 이상 웃도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 보유 지분이 공모가 기준으로 약 6900억달러, 테슬라 보유 지분은 약 2790억달러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스페이스X 주가가 상장 후 조금만 올라도 총재산이 1조달러를 넘어선다. 세계 최고 부자를 일컫는 대명사가 ‘억만장자’에서 앞으로는 ‘조만장자’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비싼 가격에도 구름처럼 몰려든 투자자들
애초 애널리스트들은 스페이스X의 공모가가 주당 63달러 선에서 책정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그 두 배가 넘는 주당 135달러의 가격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구름처럼 몰려든 투자자들은 공모 물량의 세 배가 넘는 주문을 넣었다.
영국 BBC는 “독창적이고 파괴적인 천재로 불리는 머스크가 경영하는 이 흥미로운 회사의 주식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며 “평범한 지구인들이 스페이스X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라고 표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이스X 주식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머스크 개인에 대한 기대와 AI 산업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이 맞물린 결과다. 2002년 스페이스X를 창업한 머스크는 재사용 로켓과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로 우주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스페이스X는 지난 2월 xAI와 통합한 후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변신도 본격화하고 있다. 머스크는 테슬라를 통해 전기차 산업도 개척했다.
그의 사업 구상은 “꿈과 농담 그 사이 어디쯤”으로 여겨졌지만, 그는 기존 관념에 대한 도전으로 야심 찬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왔다. NYT는 스페이스X의 IPO 기록은 이미 세계 최고 부호인 머스크의 막강한 영향력과 그의 사업적 비전에 대한 자본 시장의 압도적인 신뢰를 입증하는 이정표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과대평가 우려도 만만찮아
그러나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많이 부풀려졌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기업이 지난해 187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 1분기에만 AI 등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써 43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로켓 사업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현재 가장 수익성 좋은 사업은 스타링크이지만 가장 낙관적인 추정치조차도 이 사업 부문의 가치를 약 3000억달러로 평가한다. 이는 스페이스X의 전체 기업가치 1조7500억달러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IPO 주간사인 골드만삭스는 스페이스X의 AI 관련 매출이 2030년까지 100배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과도한 낙관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스페이스X가 추진 중인 우주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화성 유인기지 건설 사업 등은 실현 가능한 목표인지 의구심 제기된다고 평가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은 9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스페이스X의 사업 관련 주장과 재무 전망의 근거를 검토했는지 묻는 서한을 보내며 “미국 역사상 가장 조작된 IPO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페이스X 우주선 발사대. UPI연합뉴스
IPO 후에도 머스크 의결권 여전히 85%
특히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IPO 후에도 여전히 의결권의 85%를 행사하는 지배구조가 비정상적이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 주식의 42%를 소유하고 있지만, 자신의 주식에 차등의결권을 부여해 한 주당 10표를 행사한다.
이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머스크를 CEO에서 해임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머스크를 통제할 수 없는 지배구조가 기업가치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머스크는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3억달러를 쏟아붓고, 정치적인 돌출 행동으로 테슬라 브랜드 가치를 손상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금융 전문기자인 로버트 암스트롱은 BBC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보유한다는 것은 기업의 소유권을 갖는다는 뜻이지만, 통제권이 없는 소유권을 과연 진정한 소유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차등의결권 구조 아래서는 일반 주주들이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주식을 할인된 가격에 매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스페이스X의 주가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NYT는 스페이스X가 오픈AI, 앤스로픽 등 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다른 AI 기업들에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는 실리콘밸리와 월가에 막대한 부를 쏟아내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거물들을 탄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은 기업공개의 특징은 부유한 사람을 더욱 부유하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