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더 버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반란 사건’
넷플릭스 <더 버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반란 사건> 예고편의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오마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12일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 체코와의 조별리그에서 2대1로 승리하며 힘차게 월드컵 시즌을 열었습니다. 광화문을 비롯한 길거리를 채운 ‘붉은 악마’들을 보면 스포츠의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모두가 흥겨운 지금이지만, 월드컵 하면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이 벌인 ‘버스 파업’입니다. 당시 선수들은 감독에게 욕설했다는 의혹이 일어난 니콜라 아넬카 선수를 월드컵에서 배제한 조치에 항의하며 연습 참가를 거부했습니다. 국가대표가 경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파업을 벌인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프랑스 시민들은 크게 분노했고 축구 협회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이 사건을 질타했습니다.
넷플릭스 <더 버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반란 사건> 예고편의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지난달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더 버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반란 사건>은 ‘나라를 대표하는 자들의 배부른 파업’이라고 조롱당했던 이 사건의 내막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15년이 지나 당시의 선수, 감독, 관계자들이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이들이 뱉어내는 내용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파업이 벌어지기 전까지 팀을 봉합할 기회가 얼마나 많았는지, 무능한 감독과 조직이 선수들을 어떻게 희생양 삼았는지 낱낱이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명실상부 축구 강국입니다. 프랑스의 시민들도 축구에 대한 자부심을 크게 품고 있죠. 2004년부터 프랑스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레몽 도메네크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준우승으로 마무리 짓고, 다음 월드컵에서는 꼭 우승하겠다 다짐합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프랑스 국가대표팀은 유럽 전역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첼시의 골든보이 니콜라 에넬카, 프랑크 리베리, 티에리 앙리, 윌리엄 갈라스 등이 포함됐죠. 월드컵 상위권은 떼놓은 당상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팀원들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넷플릭스 <더 버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반란 사건> 예고편의 한 장면. 레몽 도메네크 감독. 유튜브 갈무리
이어지는 감독의 인터뷰는 충격적입니다. 그는 “팀에 전갈자리가 너무 많아 4명을 내보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나는 경기를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점성술도 그중 하나일 뿐”이라는 답을 내놓죠. 그는 선수들의 성적이 아닌 점성술에 따라 출전 선수를 기용했습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선수라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배제했죠.
주장 선정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선수단 전체가 부주장 갈라스가 주장이 될 것이라 여겼지만, 감독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주장 완장을 준 것입니다. 에브라는 “팀에 분란이 생길 것 같았다. 배신자로 생각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도메네크에게 주장 선정 이유를 물어보자 당시 자신이 쓴 비망록을 넷플릭스 측에 공개하며 말했습니다. "그냥 그는 주장감이 아니었다”고요. 비망록에는 선수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담겨 있었습니다.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도메네크가 늘 감정적이고 억압적인 태도로 선수들을 대했다고 회고합니다. 대화는커녕 선수들을 희생양 삼아 굴복시키기 바빴다고요.
팀의 사기가 떨어지던 시기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바로 프랑스의 두 번째 경기 하프타임에 감독과 니콜라 사이에 언쟁이 일어났고, 언쟁에서 니콜라가 감독에게 심한 욕을 했다는 기사가 나가게 된 거죠. 다음 날 프랑스 주요 스포츠지 1면에는 자극적 언사가 그대로 담겼습니다. 니콜라는 경질됐고, 선수들은 누가 라커룸에서 생긴 일을 밀고했는지 범인을 색출하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선수는 욕설한 적이 없었습니다. 함께 있던 선수도, 감독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에 정정 보도를 요구하는 대신 그대로 선수를 방출하기로 합니다. 이유는 오직 ‘감독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에 속해있던 바카리 사냐 선수. 넷플릭스 제공
선수들은 지속해서 감독에게 대화를 요청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압적인 태도로 ‘협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했죠. 그러자 선수들이 택한 마지막 방법이 ‘파업’이었습니다. 분위기가 엉망이 된 대표팀은 1무 2패를 기록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합니다. 감독은 파면당했고, 여러 선수가 출전정지를 받으며 전 국민적인 조롱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당시의 언론 담당관과 선수들은 ‘조금만 다른 선택을 했어도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감독이 대화했다면, 기자회견에서 제대로 의견을 밝혔다면 어땠을지 상상합니다. 하지만 당시 대부분 20대 중반이었던 선수들은 다른 방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부진한 팀 성적에 대한 화살을 선수로 돌리고 싶었던 협회, 자존심과 이미지가 우선인 감독은 이들을 이용하기 바빴습니다.
그러나 도메네크는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유지합니다. 당시 자신의 판단이 무조건 옳았다며 선수를 욕하거나, 자신의 방어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를 정당화하기에 급급합니다.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몰락을 다룬 이야기지만, 결국 이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스포츠 그 자체가 아닙니다. 책임을 나눠야 할 조직이 어떻게 특정 개인에게 모든 비난을 떠넘기는지, 권위적인 리더십이 집단을 얼마나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되짚죠. 월드컵이라는 가장 뜨거운 축제의 이면에서, 스포츠와 팀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넷플릭스 <더 버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반란 사건>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