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이미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치찌개는 하루 지나야 더 맛있다”는 익숙한 통념이 여름철에는 오히려 식중독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한 번 끓인 찌개라도 상온에 오래 두면 일부 세균의 포자가 살아남아 음식이 식는 과정에서 발아·증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육개장, 갈비탕 등 대용량으로 조리하는 국·찌개류는 웰슈균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웰슈균은 일반적인 영양세포 상태에서는 가열로 대부분 사멸하지만, 불리한 환경에서는 열에 강한 포자를 형성할 수 있다. 이 포자는 100℃ 가열 후에도 남을 수 있으며 음식이 천천히 식으면서 적절한 온도 범위에 머무를 경우 발아해 빠르게 증식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웰슈균을 주요 식중독 원인균 가운데 하나로 분류한다. CDC에 따르면 이 균은 대량 조리한 음식이 충분히 빠르게 식지 않을 때 증식하기 쉬우며, 매년 많은 식중독 사례와 관련돼 있다.
웰슈균은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 잘 자라는 혐기성 세균이다. 따라서 큰 냄비에 담긴 국이나 찌개를 실온에 방치하면 냄비 내부나 건더기 사이처럼 열이 오래 유지되고 산소가 상대적으로 적은 부분에서 증식하기 쉽다. 밤에 끓인 김치찌개를 다음 날 아침까지 식탁 위에 두거나, 점심에 만든 찌개를 저녁까지 상온에 둔 경우가 대표적인 위험 사례다.
식중독 세균과 예측미생물학을 연구하는 고세키 시게노부 홋카이도대학 농학연구원 교수는 일본 후지뉴스 인터뷰에서 “찌개류를 실온에 뒀다가 다음 날 다시 먹을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며 “전자레인지로 일부만 데우는 경우 음식 전체가 충분한 온도에 도달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방 방법의 핵심은 음식이 위험 온도대(일반적으로 약 5~60℃)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대량 조리 음식은 소분하거나 냉각해 가능한 한 빨리 식힐 것을 권고한다.
조리 중에 충분히 저어주는 것은 음식이 고르게 가열되도록 돕지만, 웰슈균 증식을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은 아니다. 조리 후에는 여러 용기에 나눠 담거나 얼음물 등을 이용해 빠르게 식힌 뒤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냉동 보관은 균을 죽이지는 않지만 증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보관한 찌개를 다시 먹을 때는 음식 전체가 충분히 뜨거워질 때까지 재가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이미 생성된 일부 세균성 독소는 재가열만으로 제거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상온에 오래 방치된 음식은 다시 데우는 정도로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다시 먹을 때는 전자레인지 1~2분으로 끝내기보다 냄비에 옮겨 담아 저어가면서 충분히 끓이는 것이 안전하다. 찌개가 상했는지는 냄새로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식중독균은 냄새나 맛의 변화 없이 증식하는 경우가 많다. ‘끓인 뒤 빨리 식히고, 보관했다면 저어가면서 충분히 끓인다’는 원칙을 지켜야 안전하다.